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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안다는 것

잔뜩 풀 죽어 앉아 있는 '어린 나'에게 찾아가 말해주고 싶다.

by 이보정 해피피치


Unfadable... (#20)⁣


시간이 가도 잊을 수 없는

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



매일 생각했다. 나는 왜 이리 융통성이 없을까? 왜 빨리 친해지지 못할까? 왜 도전이 싫을까? 왜 학창 시절이 불행했을까? 어린 시절을 이야기해 주면, 우리 딸이 그랬다. "엄마는 엄마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것 같아.."

정답이다. 내 안의 보석이 있음을 부정하면서, 끊임없이 다른 나가 되고 싶어 애쓰고 노력했다. 나이 들어가면서, 책과 여러 가지 자극을 통해 내가 모르던 나를 알게 되었다. 새로운 것, 낯선 것을 싫어하는 나.. 준비 없이 저지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 얕게 두루두루가 어려운 나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정리를 좋아하고 비행기나 도서관 안에 각 잡고 있는 물건들이 좋았다. 변수가 생기지 않고, 자기 자리가 정해져 있으며, 가이드와 룰이 확실한 것! 뒷일을 짐작할 시간이 있다는 것!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편안함, 안정감을 주었다. 끊임없이 변주되는 삶 속에서 정리와 결론을 찾아 헤매던 어린 날의 나..

힘들고 지쳐 스스로를 구박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잔뜩 풀 죽어 앉아 있는 '어린 보정'에게 찾아가 말해주고 싶다.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 될 거란다.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항상 옆에 있을 거란다. 내가 너의 미래를 보고 왔으니, 이제 아무 걱정 말고 그저 보정이 답게 살면 돼"라고..

Q. 어린 시절 그 시간에 딱 멈춰버린 내면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그 아이에게 찾아가 어른이 된 당신이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말이 아닌 행동도 괜찮습니다. 어떤 위로를 해주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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