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모난 그릇에 담을 건가요?
Unfadable... (#22)
시간이 가도 잊을 수 없는
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
나는 물 같은 사람이다. 물 같은 사람은 담기는 그릇이 중요하다. 호감형의 동그란 그릇을 만나면 나는 동그래진다. 비호감형의 각진 그릇을 만나면 나는 싸움닭이 된다.
길을 걷다 빠르게 달려오는 자전거를 만났다. 인도에서 이어폰을 꽂고 냅다 달리는 자전거를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부딪힐 뻔한 순간에 끼익!! 하고 멈춘 2~30대의 남자가 나를 가만히 노려본다. 사과를 하려던 게 아니라 자신의 길을 막은 나에게 무언의 화를 내고 있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다시 페달을 밟는 그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하지만 내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그는 다시 속도를 내어 인도를 질주했다.
그가 다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면, 나는 시원하게 한판 하려고 했다. 인도에서 다른 이의 통행을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잘못은 생각지 않고 상대방을 1분 만에 불쾌하게 만드는 표정이 싫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을 모난 그릇에 담을 것인가? 둥근 그릇에 담을 것인가? 나의 뒷모습에 악담을 퍼붓게 할 것인가? 미소를 띠게 할 것인가? 그것은 오로지 나의 태도와 매너에 달려있다.
Q. 인도를 걷다 보면 나의 보행을 위협하는 빌런들이 있습니다. 위의 글처럼 기분이 나빠지게 하는 보행빌런이 있나요? 있었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