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아달라고 했다. 언젠가 찾으러 오겠다면서
Unfadable... (#18)
시간이 가도 잊을 수 없는
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
정직함의 기준이 뭘까? 매사에 진지한 나는 세상이 도덕 교과서처럼 움직이는 줄 알았다. 내 것이 아니면 욕심내지 않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않았다. 어릴 적 꽤 비싼 인형이 있었다. 그 시절 대부분의 여아들이 구입했다는 마론인형이었다. 비슷한 모양새를 가진 저렴한 버전의 인형이 여러 개 있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마론인형과 드레스 컬렉션이 너무나 갖고 싶던 참에, 동네 언니가 자신의 인형과 옷들을 커다란 봉지에 한가득 담아 가지고 왔다. 이사를 가는 데 엄마가 버리고 싶어 한다며 몰래 맡아달라고 했다. 언젠가 찾으러 오겠다면서..
언니의 허락으로 인형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예 나에게 준다고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불편함이 날이 갈수록 더해졌다. 언니는 끝끝내 인형을 찾으러 오지 않았고, 나는 내 것이 아닌 인형을 소유하지도 즐기지도 못한 채 진짜로 보관만 하였다.
Q. 저는 제 것이 아닌 마론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에 죄책감이 있었어요. 소유했지만 즐기지는 못하고 시간이 흘렀죠. 어른이 된 지금도 인형을 보면 그때의 로망이 충분히 충족되지 못한 채 나이 들었음을 떠올립니다. 당신에게도 마론인형 같은 로망과 죄책감을 동시에 안겨준 존재가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