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마음이 아픈 사람이 보였다.
Unfadable... (#17)
시간이 가도 잊을 수 없는
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기까지 수십 채의 집을 보러 다녔다. 충분한 예산이 있는 사람이라면 발품 팔 필요가 없겠지만, 수도권으로 이사 온 이후, 내 집이 더욱 절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사 날짜가 정해진 것도 아니었고, 급할 것도 없었지만, 열심히 집을 보러 다녔다. 집마다 집주인의 삶이 묻어나는 데, 집의 가치보다 빛나는 사람.. 집의 가치보다 못하게 사는 사람.. 그리고 마음이 아픈 사람이 보였다.
유독 지금도 생각나는 그 집은 셀프 리모델링을 잔뜩 한 집이었다. 어설픈 솜씨로 도배, 페인트, 붙박이장까지 손을 안 댄 곳이 없었다. 집주인은 자신이 만든 붙박이장과 나무 싱크대를 자랑하기 바빴다. 직접 한 도배지가 천정에서 덜렁거렸다. 내가 보기엔 철거비가 엄청 들어갈 예쁜 쓰레기에 불과했다. 집을 나오면서 마음이 짠했다.
"너 참 많이 외로웠구나.. 이 집을 몽땅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괴롭고 답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는 마음의 헛헛함을 일로 운동으로 공부로 달랜다. 이 집의 경우는 셀프 리모델링으로 달랜 것 같았다. 벽의 도배지라도 뜯지 않으면, 장롱이라도 옮기지 않으면 가슴이 펑하고 터질 것만 같은 순간이 나도 있었기에 동질감이 느껴져 더 가슴 아팠다.
Q. 당신은 외로움과 헛헛함을 어떤 방법으로 메우시나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