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쓰려고 보니 벌써 1월의 마지막 날이다.
뭐 했다고 내일이 2월인가…
-학교에서 International Day 행사를 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25개국 나라 총 394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고 교장이 말했다.
그새 학생수가 늘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나라별 퍼레이드까지 했는데 마치 올림픽처럼 우리나라가 입장하자 뭔가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그랬던 것 같다.
이번에는 작년에 비해 많은 나라들이 참가했고 일본과 중국도 있었는데 참 미묘하다고 느꼈던 것은 서양 사람들 틈에 같은 동양인이 있으면 약간의 동지애가 느껴지는데 나라별 경쟁 구도가 되면 이 두 나라에는 절대 지고 싶지 않은 경쟁심이 발동되는 것 같다.
오늘도 우리나라는 단합이 잘됐고 준비도 많이 해서 한국의 저력을 톡톡히 보여줬는데, 난 여기서도 나라별 특징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나라를 대표하거나 하는 공적인 일에는 정말 단합이 잘되는데 이상하게 개인적인 비지니스로 엮이면 거의 상종을 안 한다.
중국 사람들은 같은 비지니스를 해도 서로 잘되도록 도와준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알수록 새롭고 재미있는 나라별 특징들이 있다.
어쨌든, 우리는 김밥 70줄에 닭강정, 잡채, 달고나를 준비하고 놀이는 공기놀이, 제기차기, 딱지치기를 했다.
달고나도 엄마들이 사전에 모여 70개를 만들고 그래도 부족해서 몇 분이 집에서 더 만들고 아빠들은 딱지를 150개 만들고 250개는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재단했다.
정말 대단하다.
그렇게 부모들은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 싸고 준비물 챙기고 아이들과 같이 학교에 와서 오후 2시까지 행사를 마치고 아이들 하교 시간까지 기다렸다 집에 가야 했다.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나자마자 왔지만 나머지 부모님들은 아마 오늘 기절하셨을 것 같다.
나도 집에 와서 두통약을 한 알 먹고 잠시 눈을 붙였다.
-악단이 와서 흥을 돋워주니 신났다.
몸이 들썩였으나 왠지 부끄러워 참았더니 아쉽다.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역쉬, 아프리카와 남미 엄마들의 흥은 넘사벽이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고 인성은 탄수화물에서 나온다더니, 저녁이 되자 인성이 살짝 바닥을 칠 뻔했다.
놓지 마 정신줄~
다들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해서 밥을 굶으려고 했으나, 인성에 심폐 소생을 해야 해서 밥을 한 술 떠야겠다.
-언어의 장벽이 없다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텐데..
-남편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 내가 감정적일 때 도움이 되고, 그래서 좋기도 한데 짜증 날 때도 있다.
오늘은 짜증이다.
-15분 기도, 주유, 된장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