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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1

by 우아한 우화 Feb 02. 2025


-딸아이 축구 매치가 있어 오늘도 일찍 일어나야 했다.

다행히 장소가 가깝고 도시락을 싸지 않아 평소보다 한 시간을 더 잘 수 있었다.

아이도 피곤할 텐데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소리는 안 한다.


-코치가 학교에 모여서 게임 장소로 가겠다고 했는데, 게임 장소는 집에서 4분이고 학교까지는 15~20분을 가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코치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다행히 이해를 해줘서 게임 장소로 바로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학교까지 갈까?라고 다시 고민한다.

이게 무슨 소린가…

아이는 게임을 갈 때마다 무슨 소풍 가는 사람처럼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가는데 오고 가며 차 안에서 먹는다고 한다.

이미 간식을 한아름 싸놨는데 그걸 먹으려면 학교에 가서 버스를 타야 하는 것이다.

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갑자기 든 생각,

이 맛에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것인가?


-남편과 아들이 오래간만에 머리를 하러 갔다.

주말마다 거의 게임이 있고 피아노 레슨까지 받아야 하니 도통 시간이 나질 않는다.

이미 남편은 도인에 아들 녀석은 노숙자라는 얘기까지 들었으니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깔끔하니 멋있어지기는 했는데 금액이 착하지 않다.

한국에 있는 친정 엄마의 오랜 단골 집에 가면 오늘 지불한 금액으로 4명 머리를 할 수 있을 텐데…

그래서 다들 미용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 수상 소감으로 했던 말,

[저는 여덟 살 때 오후 산수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다른 아이들과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일을 기억합니다. 길 건너편에는 비슷한 건물의 처마 아래에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보여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그 비에 팔과 다리가 젖는 것을 느끼면서 그 순간 저는 갑자기 이해하게 됐습니다. 저와 나란히 비를 피하는 사람들과 길 건너편에서 비를 피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나’로서 살고 있었습니다. 이는 경이로운 순간이었고,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했습니다.]

이 소감을 들으며 떡잎부터 남다르다는 말은 이것이구나 생각하며 8살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궁금했었다.


오늘은 김겨울 작가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읽었다.

초등학생이었던 김겨울은 어느 날 아빠와 둘이 지하철을 기다리다 들어오는 지하철을 보며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빠, 나는 세상의 원리 같은 거 있잖아. 세상의 시작이나 끝 같은 거. 그런 거를 생각하면 이상하게 눈물이 나.라고,

어쩜 이럴 수 있지?

난 한참 나이를 먹는 동안에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들에게는 있고 나에게 없는 건 무엇일까?

관찰력? 호기심? 사유?…..

쓰다 보니 너무 많아진다.


-15분 겨우겨우 기도 (주말에는 이상하게 마음이 느슨해진다.), 볶음밥, 돼지갈비, 눈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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