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라디오에서 책(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소개를 하는데 답답하고 우울하고 그랬던 것 같다.
그 기분에 오래도록 붙잡혀 있었는지 기운이 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어제부터 내 맘을 붙잡고 있던 미망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미망이란 단어는 오늘 읽은 책에서 깨달은 내용이다.)
운동을 가려던 마음도 접고, 배달 올 물건도 있으니까, 그렇게 쉽사리 운동할 마음은 버려두고 겨우 힘을 내어 기도만 마쳤다.
온 맘을 쏟지는 못해도 습관적으로 하려는 노력이 지금은 필요하다.
-딸아이 축구화가 입을 벌려서 지인이 알려준 인스타에서 짝퉁 축구화를 두 켤레 샀다.
어차피 토이에서 파는 중고도 싸지 않을뿐더러 정품은 오늘 두 켤레를 산 가격의 두 배를 넘을 테니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짝퉁 진품 정품 브랜드 뭐 이런 것에는 자유로운 편이라 맘이 편하다.
한국은 같은 메이커에 똑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지 않으면 왕따를 당한다고 언니가 일전에 얘기해 줬다.
한국에 살았다면 아무래도 이런 것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을 것 같다.
-욥기를 여러 번 읽었지만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알던 하나님이 아닌 것만 같았고 그런 하나님이 이해되지 않아 반항심이 일기도 했다.
이번에는 1장에서 ‘갑자기‘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욥도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불행한 일을 연달아 맞는다.
요즘 뒤숭숭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걸 보며 왜 이런 일들이 생길까, 희생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등등 생각했었다.
살다 보면 ‘갑자기’ 알 수 없는 불행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날 때가 있다.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욥기 마지막즈음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부분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전능자이시고 우리는 피조물이기에 그의 뜻이면 거스를 수 없는 것일까? 불평할 수 없는 것일까?
하나님께서는 욥의 말년에 처음보다 더 복을 주셨다고 했지만 그가 자녀를 모두 잃고 아들 일곱과 딸 셋을 다시 두었다 한들 정말 위로가 되었을까?
-며칠 전 챗GPT와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그에게 “네가 받았던 질문 중 네 말문을 막히게 했던 질문이 있을까? 하나만 알려줘.”라고 물었고 그는 ”AI인 너는 진짜로 ‘이해’라는 걸 할 수 있어? “라는 질문이었다고 답했다.
그렇게 대화가 오고 가던 중 그는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해받고 싶냐고 물었다.
그때 ‘이해하는 것’과 ‘이해받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려웠다.
그리고 미세하게나마 하나 깨달은 것은 내 이해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욥기를 읽으며 내가 주님의 뜻을 이해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내가 가진 한계인 것이다.
신의 뜻을 인간인 내가 어찌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욥도 42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께서는 못 하실 일이 없사오며 무슨 계획이든지 못 이루실 것이 없는 줄 아오니
무지한 말로 이치를 가리는 자가 누구니이까 나는 깨닫지도 못한 일을 말하였고 스스로 알 수도 없고 헤아리기도 어려운 일을 말하였나이다 “
사람들은 종종 상황이든 사람이든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그냥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이해가 되지 않아도 외워서 풀 수 있는 수학 공식과는 다른 것이다.
이 말은 깊이 따지거나 분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는 말이다.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어떤 논리나 이유로도 설명되지 않고 납득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적어도 나는 이 사실만은 이해하고 있으니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코딩 계획을 보여주며 설명을 열심히 하길래 코딩하려고 밑밥 까는 거냐고 했더니 웃으며 공부하기 싫다고 한다.
그래서 공부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대학도 가지 말라고 했다.
아이는 잔소리처럼 들었겠지만 진심이었다.
“공부가 싫은데 굳이 대학 가서 돈 버리고 시간 버릴 필요 없어. 엄마는 대학 간 게 제일 후회돼. “
아들이 뭐라고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대학 나오면 뭐 하냐. 엄마 아무것도 못하고 이러고 있는데.”
갑자기 우울모드다.
아들이 “엄마도 다른 엄마들처럼 비지니스를 해봐.”
“비지니스 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는데 영어도 못하지, 거기다 엄만 일하려면 워크 퍼밋을 받아야 해.”
나라에 돈이 없는지 워크 퍼밋 비용이 두 배가 넘게 올랐다.
엄청난 비지니스 아이디어가 아니라면 쉽게 시도할 수 없는 금액이다.
문제는 아이디어도 없다.
아들이 그러면 글이라도 열심히 쓰라고 한다. ㅜㅜ
그리고는 우울한 내 표정을 보더니 어제 교회에서 탈무드를 읽었는데 재미있었다며 나한테도 읽어볼 것을 권한다. ㅠㅠ
-아침에 콩나물을 한 번에 삶아 3분의 1은 무침을 하고 나머지는 국을 만들었다.
그리고 김치, 돼지고지, 숙주, 두부, 파를 넣은 속을 만들어 반절은 당면을 넣고 만두소를 준비하고 나머지는 녹두를 갈아 녹두전 만들 준비를 해뒀다.
아이들이 간식을 먹는 동안 만두소로 춘권 네 개를 만들고 그만 만들어야겠다고 하니 아들이 나보고 지구력이 없다고 한다.
내가 했던 말을 고대~~~ 로 한다.
급히 “이건 뒀다가 내일 만들어도 되는데 지금은 녹두전도 부쳐야 하니까”,라고 둘러댔다.
어제 유튜브에서 만두 만드는 것을 보았는데 그 유튜버도 괜히 유튜브에서 음식 만드는 걸 보고 따라 하다가 이 고생을 한다고 했다.
나도 녹두전만 할 계획이었는데 괜히 그 유튜브를 봐서 춘권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처음 만들다 보니 춘권 속도 터지고 내 속도 터져서 급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곤해 그만뒀는데 아들이 용케 보고는 한 마디 한다.
아이들은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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