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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4

by 우아한 우화


-2주 만에 운동을 간 것 같다.

이어폰을 끼고 무릎이 아파 평소보다 천천히 걸으며 기도했다.

분명 기도하고 있었는데 딴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다시 기도하고, 그러기를 수십 번 했던 것 같다.

보통 열 바퀴를 걸으면 40분이 채 안되는데 오늘은 한 시간 넘게 걸었다.

몇 바퀴 걸었는지는 세지 않아 모르겠다.


-집에 오는 길에 저녁 메뉴에 필요한 채소를 나이바스에서 샀다.

버낸시가 오기 전에 부랴부랴 샤워하고 정리하고 감자채를 무쳤다.

맨날 으깨져서 이번에는 삶아서 고추기름을 내 무쳐보았다.

아예 부서지는 건 아니나 다음번에는 좀 더 얇고 짧게 썰어야겠다.


-지인으로부터 시골에서 막 올라온 망고 40개를 샀었다.

40개를 사도 한화로 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망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지인이 준 망고는 정말 너무 맛있어서 일부러 주문까지 했다.

주변 지인들과 나눠먹고 이제 몇 개 안 남았다.

마침 냉장고에 어제 먹다 남은 망고가 있어 우유를 조금 넣고 갈아서 마셨다.

아무것도 넣지 않았는데 엄청 달았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운동하고 왔으니 마셔서 기력을 회복한다.



-정말 이상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차선에서 갑자기 차를 멈추는 사람, 뒤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잡담하는 사람, 역주행도 예사다.

오늘은 좌회전을 하는 코너에서 앞차가 갑자기 비상등을 켜고 멈췄다.

왜 그런가 봤더니 길에서 뭘 사려는 모양이다.

뒤에 밀린 차가 많은데 안 보이나…

핸들을 꺾어 크게 좌회전을 하고 돌아오는데 이차선 도로 위에 운동하러 가던 길에 보았던 차가 아직도 멈춰있다.

신기한 것은 사람들은 모두 그러려니 하고 돌아가거나 기다린다.

클랙슨을 울리고 라이트를 깜빡이는 내가 참을성에 매너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나의 무대 울렁증은 예기 불안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빅터 프랭클 박사의 말대로 나의 예기 불안은 역설 의도로 좌절시켜야 하고 과잉 의도와 과잉 투사는 역투사의 방식으로 좌절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역설 의도는 이런 것이다.

연단에서 떠는 환자에게 ‘더 떨어 보라’고 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심장이 터지는지 실컷 쿵쾅대보고 정말 염소가 된 것처럼 염소 소리를 내보라고 하면 될까?


-일타투피, 삼겹살, 고수무침, 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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