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에 간 후 밥도 먹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선크림까지 발랐는데 구글맵으로 트래픽을 확인하고 나니 갑자기 나가기 싫어졌다.
정말, 온 힘을 다 끌어모아 운동장으로 향했다.
약 40분간 걷고 집에 와 샤워하고 손발톱도 정리하고 바로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영수증 PIN 넘버가 잘 보이지 않아 다시 뽑아 달라고 했는데 한참 후에 관리자가 오더니 이미 다 정리한 물건을 다시 꺼내 바코드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하….
그래, 계산하는 직원은 또 얼마나 번거롭고 힘들겠나…
제대로 된 영수증을 받고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Mall 안에 있는 자바에서 간단히 요기라도 할까 하다가 한마에서 후레쉬베리가 세일하길래 사러 갔다.
마침 점심시간이고 지쳐있었던 나는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했다.
힘들었는지 음식이 잘 들어가지 않아 남은 걸 싸왔다.
집으로 들어서는데 커다란 물차가 길막을 하고 있다.
나보고 옆으로 가라고 하는데 차 긁으라고?
클랙슨을 누르니 컴파운드 매니저가 나와 물차보고 차를 빼라고 한다.
이미 내 뒤로 기다리고 있는 차가 3대이고 컴파운드에서 올라오는 차는 2대가 되었다.
오늘 이상하네…
집에 와 장본 것들을 정리하고 앉으니 체기가 돈다.
-남편이 눈이 빡빡하고 침침하다고 한다.
왜 그러는 줄 아냐고 했더니 모른다고 해서 나이 먹어 그런다고 알려줬다.
조금 있으면 눈물도 날 거라고 미리 일러 줬다.
그는 나이 먹으니 좋은 게 하나도 없다고 한숨이다.
어쩐지 지쳐 보이고 우울해 보이는 남편이 갑자기 사는 게 뭘까?라고 하는데 아무 말도 못 했다.
성장통처럼 사춘기를 겪듯 노화를 마주할 때도 마음의 통증을 느낀다.
인생을 유년기, 소년기, 성년기, 장년기, 갱년기, 노년기로 나누면 아직은 성년기와 장년기의 그 어디쯤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몸 따라 마음도 아프니 이것이 갱년기인가 싶기도 하고…
크느라 아프고 늙느라 아픈 우리들, 싸우지는 말자.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의 수학 정석책이 앞부분만 까맸는데 다시 공부하려고 꺼낸 ‘목적이 이끄는 삶’ 원서도 덕선이 책이랑 비슷하다.
차라리 뒷부분부터 시작하는 게 나을까 싶기도 하다.
필사를 해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며칠 못 가서 때려치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도 이번엔 부디 완독 할 수 있기를 꿈꿔본다.
-지인을 통해 한국으로 보낸 물건을 친구가 잘 받았다고 연락 왔다.
너무 미안해하는 친구에게 받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내가 들었던 말을 해주었다.
주는 것은 나의 기쁨이지만 받는 것은 좋기도 하면서 때로 부담일 때가 있다.
그런 나에게 한 사모님께서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그리고 받았다고 꼭 그 사람에게 돌려줄 필요는 없다고 말씀해
주셔서 나도 노력하고 있다.
어쨌든, 친구가 잘 받았다니 너무 좋다.
아빠가 좋다고 해주셔서 어떻게든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내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부디 드시고 건강해지셨으면 좋겠다.
-일타투피, 제육볶음, 냉면, 훈제오리, 감사의 연어초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