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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J Oct 16. 2023

한 달 배운 프랑스어로 티켓 구매하기

내 앞의 외국인은 포기한 티켓


스위스 북부였던 취리히 등지에서는 독일어를 사용했다면, 서쪽 지역인 로잔은 프랑스어권에 속해있다. 이런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건 열차나 표지판에서인데 가끔 열차의 안내 방송이 프랑스어로만 나올 때가 있다. 표지판이나 영수증도 마찬가지다.


취리히 영수증 / 퀴이 영수증


왼쪽이 취리히에서 받은 영수증이고 오른쪽이 퀴이(cully)에서 받은 영수증이다. 왼쪽 영수증 세 번째 줄을 보면 Danke für Ihren kauf라는 문장이 보이는데 이는 '구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독일어다.


반대로 오른쪽 영수증 아래에서 네 번째 줄은 Merci de votre visite로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프랑스어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서 영수증에 찍히는 언어도 다르다.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주로 사용하긴 해도 스위스 여행 중에 영어가 통하지 않은 적은 없었는데 로잔 지역에 와서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플랫폼에서 열차시간 안내도 다 프랑스어였고 영어가 같이 표기된 경우가 확실히 적었다.


마트에서 계산하거나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처럼 딱히 대화가 필요 없을 때는 몰랐는데 라보 익스프레스를 탈 때 처음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Cully


라보 익스프레스의 티켓을 사기 위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내 앞의 외국인이 직원에게 5분 정도 뭔가를 물어보다가 티켓을 구매하지 않고 옆으로 빠진 것이다. 마음이 바뀐 건가 하고 안내 창구로 갔을 때야 알았다. 직원이 오로지 프랑스어를 쓰고 있다는 걸 말이다.


스위스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 프랑스어를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만 공부를 했기에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직원이 뭐라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열심히 두뇌를 가동해 배운 걸 짜냈다.


.. Un train ticket pour 15:00


한 달 배워서 잘할 수는 없었다. 문장구조고 뭐고 간단한 프랑스어도 잘 생각나지 않아서 시간만 정확히 말하고 영어를 섞어가며 15시 티켓을 한 장 사겠다고 말했다. 그러는 내게 직원이 물었다.


combien?


내가 아는 Combien은 얼마냐는 뜻뿐이었다. 왜 내게 가격을 물어보는지 알 수 없어 갸우뚱거리고 있자 직원이 뒤에 앉아있던 다른 직원을 한 번 돌아보더니 다시 날 보며 유창하게 프랑스어를 했다. 그제야 몇 명 티켓이냐고 물었다는 걸 눈치껏 알아챘다.


혼자라고 대답하고 저기 보이는 기차를 타면 되는 거냐고 다시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어서 물어봤는데 여전히 유창한 프랑스어 설명이 돌아왔다. 그냥 포기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티켓을 받아 벤치에 앉아서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이때는 조금 우울했다. 여행 막바지라 피곤했던 데다가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다. 어떤 어려움이 생겨도 완벽하게 해결해나가고 싶었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직원 말을 못 알아들었어도 티켓을 샀으니 된 일이다!




Vevey


프랑스어와 관련해서 못 알아듣고 우울한 일만 있던 건 아니다.


브베(Vevey)에 가서 스테이크를 먹을 때 웨이트리스가 굉장히 친절했다.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에게 자주 불려 가서 혼나고 지시받고 하는 걸 보니 아마 신입 웨이트리스인 듯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정말 친절했다.


첫날에 많이 고생하시네 싶어서 나올 때 Au revoir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했더니 환하게 웃으셨다.


Merci beaucoup!(감사합니다!)


몇 번이고 고맙다고 그러시길래 나도 인사를 몇 번 더 하고 나왔다. 그 웨이트리스 입장에서는 진상 손님이 아님을 감사해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난 그분이 날 동양인이라던가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거나 하는 인식의 틀이 아닌 그냥 '손님'으로 대하는 게 좋았다.





라보 익스프레스는 열차 타고 시음하러 갔다가 온 느낌이다. 너무 덜컹거려서 사진이 다 흔들렸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진은 예쁘네. 올 때 기차 잘못 봐서 한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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