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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J Oct 16. 2023

중세의 성을 구경하다

8월이라 그런지 아침이 일찍 밝았다. 아침부터 쿱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고 몽트뢰 근교의 시옹성으로 출발했다.


시옹성은 9세기에 처음 세워진 중세성벽으로 13세기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인터라켄에서 봤던 튠 성이 그저 그랬던 터라 별 기대 없이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큰 성의 모습에 카메라를 챙겨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료가 있으나 스위스패스 소지자는 시옹성에 무료 입장할 수 있다.



시옹성은 영화에 나오던 중세 성의 모습과 똑같았다. 직접 보니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아서 신기하기까지 했다. 선후관계가 뒤바뀐 감상이기는 했지만 그저 즐거웠다. 중세 옷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닐 것 같은 시옹성에 온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스위스에서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는 시옹성에는 여행객들이 참 많았다. 유명 관광지답게 한국어로 된 브로셔도 있다던데 챙기지 못해 성을 돌아다니며 궁금한 부분만 설명문을 읽었다. 성 내부는 네 개의 뜰로 나뉘어져 있는데 전체적으로 어두운 성 안에는 고문실, 예배실, 창고 등등 다양한 시설이 있었다.



'시옹성'하면 바이런을 빼놓을 수 없다. 제네바의 종교 지도자 보니바르가 시옹성의 지하 감옥에 갇혀있다가 풀려난 이야기를 듣고 영국 낭만파 시인인 바이런이 <시옹성의 죄수>라는 서시시를 지은 걸로도 유명하다.


어두침침한 고문실뿐 아니라 벽화로 장식된 성주의 방도 있었지만 가장 좋았던 건 시옹성에서 보는 바깥 풍경이었다. 시옹성은 레만 호수와 접해있어 밖을 내다보면 창에 풍경이 그림처럼 담겼다. 내가 성에 살던 사람이었다면 온종일 바깥만 내다보고 있었을 것 같은 경치였다.



시옹성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기념품점에도 살 것이 많았다. 인터넷 배경화면같은 스위스 엽서에 진절머리가 나던 차에 이곳에서 멋진 엽서들을 구입했다. 펜화로 그린 시옹성 엽서와 중세의 기사가 그려진 멋진 엽서였다.


성 밖으로 나와서는 또 모벤픽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망고맛이었는데 여행 후반부에 와서야 알게 되어 아쉬울 정도의 아이스크림이었다. 혹시 스위스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초콜릿과 함께 아이스크림도 많이 사 먹기를 추천한다.



여행 막바지라 쉬엄쉬엄 구경했는데 시옹성을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걸로 시간을 때우는 것도 좋았다. 뭔가를 바쁘게 구경하며 다니지 않는 대신 느낄 수 있는 평온함이었다. 시옹성과 가까운 몽트뢰가 휴양의 도시로 유명하다던데 다음에 올 때는 호숫가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듣는, 여유 넘치는 여행도 해보고 싶다.




<여행 당시 남긴 기록>


로잔 와서 제일 많이 들은 말: Merci.


쿱에서 뫼벤픽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는데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있었다. 바닐라+초코인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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