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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J Nov 06. 2023

처음 듣는 미술도구?

유튜브에서 초보가 할 수 있는 그림 관련 영상을 둘러보던 중 자주 나오는 이름을 발견했다. 바로 '오일 파스텔'. 크레용이나 색연필, 수채화, 포스터물감, 유화 등은 들어봤지만 오일 파스텔은 조금 낯선 미술도구였다.


하지만 사전을 뒤져보니 익숙한 이름이 함께 튀어나왔다. 바로 '크레파스'. 유치원생부터 <아빠와 크레파스>라는 동요를 따라 불렀으니 크레파스는 모를 수 없었다. 그리고 이 크레파스(Cray-pas)는 1926년 일본 사쿠라 상회가 크레용(Crayon)과 파스텔(Pastel)의 특색을 따서 만든 것인데 이것이 바로 오일 파스텔이라고 한다.


처음 들은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미술도구의 등장에 이걸 써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오일 파스텔 초보를 위한 영상도 많아서 접근이 어렵지는 않았다. 남은 건 재료. 시작도 전에 돈을 쓴다는 게 부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취미 하나는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며 재료를 찾아봤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동생이 오일 파스텔 세트를 가지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집콕하던 때에 취미 강의를 들으며 구매한 거라고... 분명 직접 그린 그림을 자랑하는 걸 봤는데 당시 잘 알지 못했던 나는 무슨 재료를 썼는지 금방 잊었던 모양이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


동생에게 오일 파스텔과 종이, 테이프, 사용방법까지 듣고 나서 다시 영상으로 돌아왔다. 영상에서 부르는 색상 번호의 오일 파스텔을 꺼내놓고 종이에 처음 그어보는데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게 스윽 그려졌다. 그린다기보다는 바른다는 느낌에 가까운 것 같은데 슥슥 그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짧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부드러운 감촉의 도구에 신나서 따라 하며 키친타월로 문질렀다. 면봉을 사용해도 되지만 넓은 부위의 경우 키친타월이 더 편했다. 부드럽게 발리는 오일 파스텔에 조금 덜 칠하고 문대서 자리를 채워도 되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더 꼼꼼하게 칠해야 했다.


중간에 색이 잘 섞이지 않아서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영상이 끝나고 나니 내 눈앞에도 아름다운 노을이 나타났다. 튀어나가지 않게 옆면에 붙여뒀던 테이프를 떼고 나니 오일 파스텔이 층층이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촉감이 좋아서 완성된 작품을 몇 번이고 건드려봤다.



완성된 그림 (참고 영상: 조용한 오리)


시작부터 완성까지는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짧다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게 너무나 뿌듯했다. 아무것도 없는 빈 종이 위에 뭔가를 그려낸다는 게 이렇게 성취감이 높은 일일 줄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나니 욕심이 더 생겼다. 이거였다. 내가 직접 참여하고 나를 쏟아낼 수 있는 활동은.


나를 잊고 그림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그 행위 자체가 좋았다. 특히 자아존중감이 낮아져 있던 내게 딱 맞는 취미였다.


새로운 취미인 그림을 위한 시간을 따로 내고 싶었다. 영상을 따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강제적인 시간을 딱 정해두지 않으면 밀린 일이라든지 당장 처리해야 하는 일들 때문에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그런 나를 잘 알기에 망설임 없이 다음 단계를 택했다. 바로 학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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