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젤리J Nov 27. 2023

몰입의 시간과 결과물

내게 취미의 의의란

취미가 꼭 필요한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나는 취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쁜 일상에서 쉬어가며 생기를 되찾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취미는 그러한 시간을 제공한다.


'쉬어간다'는 말에 집중하면 사실 취미의 영역은 참 넓다.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거나 영상을 보는 것도 취미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생기를 되찾다'까지 고려하 어떤게 취미가 될 수 있는지 고르기가 애매해다. 너무 오래 자면 오히려 더 피곤했고, 영상을 보다보면 지루한데 관성적으로 계속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에 관심을 두고 민화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것도 같은 선상의 결정 때문이었으니 아무래도 나는 직접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하는데에서 '생기를 되찾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어떻게 생기를 되찾게 되는 걸까? 어떤 차이가 있기에 무력감이 드는 활동과 생기가 드는 취미로 나뉘는 것일까?



이걸 알아내면 삶에 생기를 찾는 건 물론이고,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활동을 할 때도 시간 낭비같다는 생각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깊이 고민해봤다. 취미에서도 항상 좋은 것만 있지는 않기 때문에 후자도 정말 중요한 고민 사항이었다.



몰입과 결과물


무력감 또는 생기가 드는 활동. 사람마다 중점을 두는 가치가 다르니 결정 요인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몰입과 결과물, 이 두가지로 활동에 대한 감정이 결정됐다.


취미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주변 환경을 잊을 정도로 빠져드는 '몰입'의 순간이 온다. 이때는 오히려 뇌가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뇌과학적으로도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파도에 밀려서 유영하는 나무조각이 된 것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 휩쓸리듯 붓을 움직이게 된다. 큰 생각없이, 이 색 다음에는 다른 색으로, 칠하거나 바림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활자를 받아들인다. 그 순간에는 나의 생각보다는 책 내용에 완전히 몰입해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잊을 정도로 뭔가에 몰입하는 것, 그것이 첫번째 조건이었다. 하지만 몰입만으로는 생기를 되찾는다고 보기 어려웠다. 영상을 볼 때도 몰입을 했지만, 생기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를 체감했다.



그래서 차이를 찾다가 발견한 것이 결과물이었다. 몰입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뇌가 돌아가면서 현실과 맞물린다. 내가 몰입하기 전으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확인하게 되고 저녁에 뭘 먹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때에는 반사적으로 내가 시간을 잘 보냈는지도 확인하게 되는데 그때 손에 잡히는 뭔가가 없는데에서 무력감이 왔다.


그림을 그렸다면 얼마나 그렸는지, 책을 읽었다면 몇 페이지나 읽었는지, 자전거를 탔다면 거리를 얼마나 달렸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몰입의 시간을 확인하기 애매하면 그냥 사라진 시간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시청이나 완독을 나타내는 표시로는 부족했다.


하지만 모든 몰입에 흔적이 남는 건 아니다. 결과물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누군가는 전자책을 즐기지만 나는 전자책의 100%라는 표시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사라진 시간이 아니라는 건 안다. 그냥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는 데에서 오는 아쉬움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은 후활동이었다. 영화나 전시처럼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닌 관람의 경우, 관람이 끝난 뒤에 기록을 남겼다. 블로그에 남기기도 하지만 일정 노트에 짤막하게 몇 줄 적는 걸로 끝내기도 했다. 전자책을 읽은 뒤에도 읽은 책 목록을 적었다.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 활동들이다. 하지만 무력감은 확실히 줄었다. 1편에서도 적었듯이 내게는 '참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몰입의 시간과 결과물을 내어준 미술


취미의 의의에 관해 고민할 수 있게 해준 게 미술이라 글이 길어졌다. 무력감의 원천을 궁금해하며 이것저것 벽에 부딪혀보던 내가 미술을 하며 취미 활동에 있어서 몰입의 시간과 결과물을 중시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새로운 시도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취미 활동을 즐기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 과정에서 잘 맞는 취미를 찾을수도 있고 스스로를 관찰해 더 즐겁고 생기 넘치는 취미를 즐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덕분에 취미에 관해 오래 고민했던 부분이 풀렸다.


화접도
이전 04화 같은 장소, 같은 취미, 다른 나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