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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 살기를 시작하며

한 달 살기를 위한 준비.

by 메이의정원

제주도 한 달 살기의 계획은 6월 초 일주일 제주 여행으로부터 시작되었다. 5월 한 달 동안 일에 지쳐있던 남편에게는 쉼이 필요했고, 일주일 가까이되는 시간을 두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주도 여행이었다. 6월 한 달 동안 제주의 숲과 바다가 주는 에너지를 가득 담고 일상으로 복귀한 우리 가족은 자연스럽게 두 달이나 되는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했다.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둘째까지 데리고 혼자 해외는 자신은 없었다. 5개월 된 조카까지 같이 여행을 하기에 제주도는 완벽한 장소였다.


한 달 살기..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았다. 숙소와 자동차는 어떻게 할 것이며, 한 달 동안 지낼 짐은 어떻게 제주도에 보내야 할지 생각만 해도 복잡했다. 여름 성수기라 숙소 구하기부터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 방 3칸, 근처 병원과 도서관이 있을 것, 아이 학습이 가능한 곳일 것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처음에는 6월에 일주일 동안 지냈던 애월을 고려했는데 마음에 들었던 숙소는 아이들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숙소 찾기를 계속한 끝에 제주시에 위치한 우리에게 완벽한 숙소를 찾았다. 사장님은 아이들을 흔쾌히 받아주셨다. 2층 독채에 방 3칸, 숙소 근처 10분 거리에 기적의 도서관, 영어 키즈 카페가 있고 구몬 선생님도 방문이 가능한 곳이었다.


숙소를 구하고 나서 렌터카를 알아보았다. 한 달 동안 렌트비가 200만 원이 넘었다. 아이들이 있어서 카시트 비용을 추가하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탁송을 결정했다. 두 군데 견적을 비교하고 비용차이가 없음을 알고 부산 가까운 진해항에서 제주항으로 제주 도착 하루 전에 보냈다. 탁송을 하고 나니 엄청나게 많은 짐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캐리어 2개, 읽을 책들, 아이 공부 할 것들, 텐트, 돗자리, 모기장, 모카포트, 원두, 둘째 아기 변기 등 자잘한 것들까지 부치고 나니 공항에 갈 때는 유모차와 작은 가방 하나만 끌고 가면 되었다. 탁송은 처음이었는데 공항에서 차를 직접 받고 나니 만족스러워서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는 곳은 초등학교 때도 사교육을 많이 시키는 곳이라서 엄마 마음과는 달리 방학 동안 제주도에서 무작정 놀기만 할 수 없었다. 구몬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서 한 달 동안 제주도에서 구몬 선생님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 영어 때문에 사이판이나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도 생각을 했는데 아직 어린 둘째 때문에 선뜻 결정할 수 없었다. 제주도 영어 캠프를 알아봤는데 한 달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고 엄마랑 통화는 15분이라는 글을 보고 우리 아이와는 맞지 않을 것 같았다. 숙소 가까이에 영어 키즈 카페가 있어서 두 아이가 함께 한 시간 동안 재미있게 놀다가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평소에 하던 대로 2학기 수학 선행을 하고, 숙소 가까운 도서관에서 책은 실컷 읽게 하면 되었다. 여기까지 알아보고 나니 제주도 한 달 살기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나와 두 아이는 2025년 7월 12일 제주도에 도착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그런데 첫째 날과 둘째 날 모기에게 엄청 물렸다. 모기는 며칠을 굶었는지 나와 우리 아이들을 놓고 파티를 벌렸다. 아이들은 가렵다고 밤새 긁어댔고 모기약을 바르고 패치를 붙이며 가려움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모기장은 모기를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모기 채집장이 되어 동네 모기들을 잔뜩 끌어모았다. 모기장 안에서만 하룻밤 사이에 10마리도 넘게 잡았다. 급하게 쿠팡에서 전자 모기매트와 모기 패치도 넉넉하게 주문했다.

제주도 여행을 하며 모기에 물린 적은 거의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사장님께서 모기가 들어올만한 곳을 막아주셨고 방역을 해주신 덕분에 더는 모기에 물리지 않게 되었다. 이제 모기장은 나와 아이들을 보호해 주는 완벽한 작은 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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