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생각들.
피곤해서 오늘은 하루 종일 숙소에 있으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지겨워한다. 물놀이를 하고 싶다는 첫째의 말에 수영복을 갈아입고 삼양 해수욕장으로 갔다. 제주도를 자주 왔지만 아직도 못 가본 곳이 많았다. 물놀이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며 해수욕장에 도착했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고 파도가 너무 거칠었다. 아이들이 수영을 하거나 조개잡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발 담그는 것조차도 부담스러운 파도였다. 아이들은 거친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영을 하고 싶다고 계속 졸라댔다.
검색을 하다가 삼양해수욕장 근처에 샛도리물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곳이라서 아이들이 수영할 수 있다고 했다.
도착해서 보니 할머니 한분이 빨래를 하고 계셨고 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들르셨다며 장화와 장갑을 씻으시는 아주머니도 계셨다. 샛도리물 그늘 쉼터에는 동네 할머니와 아저씨들이 발을 담그고 있었다. 스노클링 장비까지 갖추고 수영하는 사람, 연인과 함께 온 사람, 개 끌고 산책 온 동네 사람들.. 짧은 시간에 다양한 사람들이 스쳐갔다.
아직 제주 살이에 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전히 긴장 상태였다. 동생은 언제쯤 숙소에 도착하는 것일까? 조카는 괜찮아진 걸까? 남편은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는가? 아픈 허리는 괜찮은가? 앞으로 제주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매도하려고 내놓은 집은 부동산에서 잘 보고 갔나? 등등 잡다한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계곡처럼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든다. 뜬구름 잡듯이 떠오른 생각들이 현실로 되돌아온다.
샛도리물 이곳저곳을 다니며 발을 담그고 노는데 캠핑 중인 가족을 만났다. 남양주에서부터 캠핑카를 끌고 제주 한 달 살기를 하러 오셨다고 했다. 넉넉한 마음씨를 가지신 어머니는 튜브를 빌려주셨고 아이들은 금세 친해져서 한참을 수영하며 물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조리에 물때를 맞춰가면 조개도 캘 수 있다며 유익한 정보도 알려주셨다. 아이들은 더 놀고 싶어 했지만 물이 차가워서 젖은 옷으로 계속 있으면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이 되었고,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로 인해 더 이상 함께 놀기는 힘들 것 같았다. 인연이 된다면 여행 중에 다시 만나자고 하고 헤어졌다.
오후 2시가 넘어가고 물이 점점 빠지고 있다. 썰물 때가 가까운가 보다. 아이들 아빠가 오는 8월에는 꼭 튜브를 챙겨서 다시 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