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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차 제주 문예회관, 기적의 도서관

소소한 발견

by 메이의정원

지나가는 길에 문화 예술 회관이라는 곳이 보였다. 동생이 학교 다니던 시절 전시 했던 곳이라고 전시 퀄리티가 괜찮다고 추천해 줘서 구경하기로 했다. '제주 각자회'에서 하는 전시였다. 판화 같기도 한 조각 그림과 문자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미술 전공하지 않은 내가 보기에도 세한도며 한자 판화 등 전시된 작품들 수준이 제법 높아 보였다.


인상 깊은 그림이 있었다. 한참을 보고 있는데 연세가 지긋하신 작가님께서 다가오셔서 설명을 해주셨다. 가님은 포퓰리즘로 인해 우리 아이들 살아갈 미래 대해 걱정 하셨다.

22일부터 무슨 지원금 신청하라고 카드사에서 알림이 뜬다. 25만 원 받고 세금을 45만 원 더 내야 한다는 기사도 보고, 19세부터 국민연금 가입, 기본 소득, 각종 수당, 국채 발행, 추경 등 기사를 볼 때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각종 지원금은 결국 우리 아이들이 갚아야 할 빚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으니 우리 아이들은 부모인 나보다는 더 부유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자본주의를 가르쳐야 한다.


제주 문예 회관 가까이에 '기적의 도서관'이 있다. 첫째와 둘째는 책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급하게 준비하느라 아이들이 아끼는 책을 챙겨 오지 못했다.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주차를 하고 도서관에 들어갔다. 책에 굶주린 것처럼 둘째는 책장에 꽂힌 책을 보자마자 열심히 책을 뽑아오기 시작한다. 마음에 드는 책을 여러 권 뽑아오더니 쌓아놓고 읽어달라고 한다. 그 자리에서 10권이 넘는 책을 읽어주었다. 글밥이 긴 책은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당이 떨어지는 듯 허기가 진다.

자기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책을 읽었다는 아이.. 책이 재미있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아이.. 오래전 읽어줬던 책의 내용을 기억해서 현실에 적용하는 아이.. 31개월 밖에 안된 아이.. 그저 기특하다.


첫째는 도서관에서 영상으로 읽어주는 동화책이 재미있었는지 계속 틀어달라고 했다. 둘째가 책 읽어달라고 엄마를 독차지하고 있으니 혼자서 뭐라도 해야겠나 싶었나 보다. 3편 정도를 연속으로 보더니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났는지 재미있게 놀기 시작한다.

도서관에 매일 오는 제주에 사는 한 살 많은 언니라고 했다. 언니들 노는 것을 쓱 보더니 둘째까지 합류해서 어우러져 논다. 드디어 나만의 여유 시간이 생겼다. 읽어야 할 책을 가방에서 꺼냈다.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어느덧 도서관 마감시간이다. 급하게 아이들이 읽고 싶다고 한 그림책과 내가 마음에 든 그림책, 그리고 브런치에 남기고 싶은 그림책을 빌렸다.

부산에서 발급받은 도서 대출증이 전국 공통이라 제주에서도 책을 빌릴 수 있어 감사했다.


이번 제주 살이를 하는 동안 틈나는 대로 여행을 하며 첫째는 2학기 수학 선행 끝내기. 그림책 30권 이상 읽고 10권은 독서 노트 작성하기, 영어 익숙하게 하기 등 목표가 있다.

또 하나의 새로운 목표는 제주 살이하며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카페에 전시하기이다.

나의 개인적인 목표는 챙겨 온 책 4권 읽기, 그림책 브런치 작성, 매일 제주살이 브런치 연재하기이다.

처음 가졌던 부담스러움과 걱정과 달리 제주 한 달 살기가 점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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