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이별

마지막 인사

by 강진경

긴 연휴가 낀 탓에 어제 병가를 낸다고 얘기를 했는데 오늘이 마지막 출근일이 되어버렸다. 이틀 동안 정신없이 일을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건 아이들과 헤어지는 일. 학기 중에 이런 식으로 갑자기 이별을 해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한참을 망설이고 고민했다.


5교시, 드디어 우리 반 국어시간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코로나 때문에 소풍이며, 수련회며 아무것도 가지 못한 탓에 그 흔한 단체 사진 한 장이 없었다. 문득 이 아이들이 두고두고 보고 싶을 것 같아 자연스럽게 사진 찍기를 유도했다. 모둠별로 베스트 포토 상을 뽑겠다고 간식 상품을 걸고, 즉흥적으로 연출 사진도 찍고 단체사진도 찍었다.


다양한 포즈, 각기 다른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깔깔깔 국어교과교실에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즐거워하고 재밌어하는 아이들을 보며 그 동안 더 많은 추억을 만들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어느 해보다 유난히 예뻤던 우리 반.


남학생들은 웃긴 포즈를 취하며 장난치기 여념이 없고 여학생들은 그새 칠판에 커다란 하트를 그리며 "선생님 사랑해요." 칠판에 또박또박 글자를 적는다.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결국 울컥 눈물이 났다. 아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순수하고 예쁜가. 이 아이들과 다시 함께할 수 있을까?

함께 있는 동안, 더 잘해줄걸. 더 많이 사랑해줄걸.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흐르는 눈물을 애써 마스크 속에 감춰본다. 이 시간, 이 장소, 지금의 공기를 다 담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신나게 사진을 찍고 시끌벅적한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간이 찾아왔다. 수업 종료 5분전.


"얘들아,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어."


차마 담임선생님이 암에 걸렸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말을 해야 아이들에게 충격이 가지 않을까? 나는 당분간 몸이 조금 아파서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고 애써 웃으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잘 지내기를, 선생님들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지금까지 잘해온 것처럼 선생님이 없어도 잘해달라고, 진심을 담아 마음을 전했다.


그러자 최근 가장 속을 썩이던 한 녀석이 훌쩍 훌쩍 울기 시작한다. 감정은 빠르게 전염이 되어 여학생들의 흐느낌에 나도 눈물이 쏟아져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서둘러 아이들을 다음 교실로 보냈다. 그러나 몇몇 여학생들은 너무 우는 바람에 방과 후 수업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 안엔 J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가장 마음에 걸렸던 아이. 이 아이를 두고 학교를 떠나려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쉬는 시간, 내가 학교를 그만둔다는 소식을 듣고 옆 반 반장 아이가 교무실 앞으로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 정말 가시는 거예요?"


당장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내 손을 붙드는 데 얼마나 마음이 애틋하던지. 평소 똑 부러지고 야무진 여자아이였다. 수업 때 차마 국어 선생님이 암에 걸려서 더 이상 국어를 가르칠 수 없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업 말미에 '선생님이 사정이 있어 당분간 다른 선생님이 오실 거야.' 정도로만 얘기를 해두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믿을 수가 없다며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반 아이들도 믿지 못하고 있으니 종례 때 교실에 들어와서 마지막 인사를 꼭 해달란다. 반장이 대표로 그 말을 하러 온 것이었다. 가슴이 아려왔다. 이별을 제대로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아이들.

교실에 들어서는데 눈물이 날까봐 겁이 났다. 일부러 더 씩씩하게, 나 역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작별 인사를 해본다.


"선생님! 꼭 건강하게 돌아오셔야 해요."

"그래, 우리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교실을 걸어 나오는데 아이들이 힘껏 박수를 쳐주었다. 기분이 묘했다. 지금 이 아이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내년에는 치료가 끝나고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잠깐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고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리 반의 마지막 종례를 하러 갈 시간이 되었다. 교실 문을 열자 칠판 가득히 응원과 사랑의 메시지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정성에 난 결국 울고 말았다. 육아와 바쁜 업무로 잠시 잊고 지냈던 교사로서 느껴보는 따뜻한 감정들. 학교에는 아이들만이 지니는 유쾌함과 발랄함, 아기자기함이 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야. 작별인사를 나누고 우리 반 교실에서 다 같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예쁘고 멋진 2학년 1반!

두고 가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눈에 밟히는. 그만큼 예쁘고 착하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소중한 별들.

짧지만 너희들과 함께한 시간 정말 행복했단다! 우리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안녕!


(photo by Feliphe Schiaroll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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