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져버린 눈물

감정의 폭풍

by 강진경

"뭐해? 소은이 발레 하는 모습, 눈에 담아놔야지 않겠어?"


남편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암 진단을 받고 3일째 되는 날.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한 번에 터지고 말았다. 나는 앞으로도, 여전히 소은이가 발레 하는 모습을 볼 건데 남편은 왜 저런 말을 하는 것일까.


우리는 토요일마다 소은이를 데리고 문화센터 발레 수업에 참석한다. 4월에 시작했으니 오늘이 고작 4번째 수업. 그런데도 소은이는 곧잘 발레 동작을 따라 하고 발레에 흥미가 있었다. 첫 주는 나 혼자, 둘째 주는 남편이, 그리고 지난주와 이번 주는 함께 수업에 참석했다. 그런데 남편이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나에게 느닷없이 저런 말을 던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울 일도 아니었는데, 그 당시 그 말이 얼마나 서러웠는지 모르겠다. 나는 더 이상 발레 하는 소은이를 볼 수 없단 말 같아서. 마치 오늘이 마지막이란 말 같아서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흐르는 눈물 사이로 핑크색 예쁜 발레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딸아이가 보였다. 나는 교실 밖으로 나와 화장실로 뛰어가 엉엉 울었다. 그리고 정말로 무서웠다. 나의 최대 약점은 소은이었던 것이다.


딸아이의 일상에 내가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 어쩌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이가 커가는걸 내가 못 볼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이 슬펐다. 그리고 그 끔찍한 상상이 두려움이 되어 나를 잡아먹었다. 인터넷에서 보지 말아야 할 안 좋은 유방암의 예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말했다. 다시는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 달라고. 남편의 눈에서도 눈물이 보였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사과를 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남편을 보니 내가 또 미워진다.


'그래, 남편이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닌데. 그냥 당분간 병원 치료로 인해 같이 못 올 수 있으니 지금 잘 봐 두란 거일 텐데.'


나도 너무 잘 알지만 다시는 이런 감정의 폭풍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죽을 수도 있는 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그런 말조차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거였다. 나는 내가 암에 걸린 사실을 그럴 리가 없다고 부정한 적도 없고, 왜 하필 '나'인 거냐고 좌절한 적도 없다. 처음부터 그저 나의 발병을 묵묵히 받아들였을 뿐인데. 엄마라는 이름이 모든 걸 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다짐했다.


오늘 내가 흘린 눈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라고. 다시는 이렇게 슬프게 울지 않을 거라고.


(photo by alexdinaut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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