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의 힘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왜 함께할까?

by 속눈썹

독립적인 사람을 좋아하고 꿈꾸지만, 나의 내면까지 동화되진 않은 것 같다. 나는 커뮤니티의 힘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오죽하면 뭔가 계획 한 뒤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커뮤니티의 유무를 찾는 게 일순위가 되었을까. 그다지 적극적인 커뮤니티 활동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정보를 얻고 참여하면서 커뮤니티의 목적에 부합하는 선에서 활동한다. 쉽게 말해 관심 있는 인싸는 아닐지언정 관심 있는 아싸 정도는 된다는 말.


혼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조기축구회는 사람이 모여야만 할 수 있는 전자 쪽, 독서모임이나 글쓰기공동체 같은 것은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을 굳이 모여서 함께하는 후자 쪽이다. 실제로 나는 지역에서 독서모임과 글쓰기모임을 하는데, 만든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원하는 모임. 즉 내 입맛에 꼭 맞는 모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좀 더 심층적으로 들어가서 나는 왜 모임을 찾기 시작했을까? 그건 혼자 했더니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기도 하고 함께 했더니 더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선 커뮤니티는 속도를 조절하는데 큰 장점이 있다. 혼자라면 착취에 가까운 요구사항들을 아무렇지 않게 자기에게 몰아붙이다가 번아웃되어 나가떨어지기 쉽다. 하지만 함께라면 모두가 납득하는 상식적인 선에서 목표를 세우고 호흡을 컨트롤하며 나아갈 수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욕심이 많아서 제풀에 지쳐 포기하기 십상인 사람들에게 커뮤니티를 권하는 가장 큰 이유다.

또 함께하면 내가 보지 못하는 다양한 시야를 접할 수 있다. 타인과의 비교는 경쟁의식을 불러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타인의 시선을 편견 없이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은 좋은 배움이 될 수 있다. 독서모임을 하는 가장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가령 어떤 책을 읽고 내가 느낀 첫인상이 호감이었다면, 비호감이었던 사람의 평을 들어보고 거기에 타당함을 느끼는지,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 타인의 평을 듣고 내 평이 달라졌는지 그대로인지를 살펴보면서 혼자서 책을 읽었을 때보다 훨씬 다채롭고 깊은 독서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성원의 행동이 상당한 자극이 된다. 커뮤니티의 결속이 무엇 때문인지에 따라 커뮤니티의 목표가 정해지는데 내가 운영하고 있는 글쓰기모임은 ‘글쓰기를 꾸준히 쓰고 싶은 사람들의 스터디’가 커뮤니티의 목표다. 쉽게 말해 혼자 습작하면 게을러지기 십상이니 함께하면서 서로의 성실을 응원하고 부진을 격려하자는 말이다. 실제로 나는 글쓰기 커뮤니티를 진행하면서 두 달 동안 30편 넘는 글을 쓸 수 있었는데, 혼자라면 상상도 못할 축척이다. ‘나만 안 쓰긴 뭐해서’, 혹은 ‘내가 쓰기로 약속했으니까’라는 단순한 이유부터 ‘글을 완성해서 책을 내고 싶어’라는 진심어린 소망까지 커뮤니티는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신박한 정리-비움'이란 모임에 들었다. 간단하게 카카오톡 오픈챗방에 진행되는 모임이었다. 참가비가 있었다면 약간 망설였을 텐데(모르는 사람에게 입금하기란 상당히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첫모임이라 참가비가 없었고, 혼자 시도해서 계속 실패하고 있던 터라 또 실패할거라면 새로운 시도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참여했다. 방식은 하루에 정리한 영역을 비포에프터로 찍고 비운 물건을 보여주면 된다. 그럼 커뮤니티 멤버들이 서로 응원해주고 방장이 매일 카운터해주는 형식이다. 방장님이 모임비용 없이 매니저역할을 해주시니 감사할따름이었다. 나 역시 글쓰기모임을 하면서 주일 카운터를 하는데 품이 안드는 일은 아니다보니 살짝 귀찮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카운터가 있으면 성취감도 높아지고 목표의식도 커지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 이것도 커뮤니티 멤버들에게 애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건강매신저 봄날님 감사합니다~^^)


카운터를 해주는 것이 다소 유치해보일 수 있는 리워드이지만, 다들 정리가 시급한 주부들이라 그런지 달성률이 꽤 높다. 역시 사람은 단순하다. 나의 행위가 관심 받고 지지받는 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동력이 더욱 생기는 걸 보면 말이다.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 그런 관심과 지지를 줄 수 있다면 커뮤니티의 힘없이도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을 텐데. 별로 어렵지 않아 보이는 그 일이 실제로 행해보면 결국 타인의 힘을 빌려야만 겨우 할 수 있었던 나를 본다. '아- 나는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었구나.' '아- 연대의 힘은 참으로 크구나. 하면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알고 이해하는 건 언제쯤 가능한 일일까? 어쨌든 이런 실험들로 인해 점점 실제의 나를 알게 된다는 건 좋은 조짐인 것 같다. 실제의 나를 정확히 알게 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더불어 삽질이나 뻘짓은 좀 줄어들지 않을까?


행동의 신호는 사진이다. 내가 찰칵하고 사진을 찍는 순간 비포다. 에프터에 하나라도 변한 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리한다. 굳이 버리거나 비운다는 강박은 없다. 실제 커뮤니티의 이름은 ‘신박한 비움’이지만 나는 혼자서 ‘신박한 정리’로 고쳤다. 실제로 미니멀라이프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게 내겐 비움이었는데, 마음을 내려놓고 정리부터 하니 도전할만 했다. 그런 거보면 비움은 확실히 정리보다 한 단계 높은 레벨인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내 목표는 정리정돈이다. 그러다가 애매한 물건이 나오면(자리 차지하면서 실상 쓰지는 않는 물건이 자각된다.) 애매한 통(쓰레기봉투에 가기 전에 임시 거주하는 곳)으로 직행한다. 그럼 그 날의 미션이 끝나고 '애썼다.'라는 지지와 '깔끔하다'는 칭찬을 듣는다.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노려보고 있는 곳은 창고방. 비워야겠다고 노래를 부르다보니- 신기하게도 김냉(김치냉장고)을 진짜 비우게 되었다. (엄마의 도움이 컸다.) 김냉이 사라진 공간을 또 물건들이 잠식하기 전에 어서 비우자는 박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은 주말이니, 추워도 좀 더 힘을 내서 비우고 정리해야지. 아이와 함께 공존하면서 이 비움이 유지될지 도로묵이 될지 앞으로도 우리집은 계속 실험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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