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사는 벌레들의 위기
사흘 남았습니다
아파트 정원에 소독약 친답니다
우리 벌레들도 엄연히 입주자인데,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누구 좋은 의견 없습니까?
우리 모기들이 나서겠습니다
남자들도 모두 불러 모아 사람들을 떼로 공격하겠습니다
무서운 흡혈귀처럼
집단 공격은 너무 폭력적입니다
아기를 가질 때만 사람의 피를 빨겠다는 약속은 지켜 주십시오
거기, 바퀴벌레 아저씨!
회의 중에 왜 자꾸 돌아다녀요?
‘나는 집 안에 사니까 상관없다’ 이겁니까?
곧 실내 소독도 한다는 걸 모르시나요?
악취 공격은 어떨까요?
노린재의 지독한 냄새
다들 아시죠?
돈벌레들에게 한번 맡겨 보시겠습니까?
우리가 사람들의 꿈속으로 들어가
재물을 잃을 거라는 두려움을 심어 주겠습니다
싸움,
정말 이 길밖에 없을까요?
평화롭게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은 없을까요?
이봐요, 매미 총각!
갑자기 왜 울어요?
이 심각한 마당에 짝을 찾겠다는 겁니까?
아닙니다
땅속에서 7년을 버티다가
이틀 전에 겨우 햇빛을 보았는데
꿈을 꽃 피우기도 전에……
제가 새 보금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하찮은 파리지만, 새처럼 빠르게 날아
살 곳을 찾아보겠습니다
이사,
찬성하는 분 손들어 보십시오
찬성 반, 반대 반이군요
아무래도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는 듯합니다
내일 다시 모이도록 하겠습니다

벌레의 입장에 서 보았지만, 그래도 벌레 없는 집을 꿈꾸는 마음은 숨길 수가 없네요.
다만 벌레들에게 약속합니다.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겠다고!
그런데 바야흐로 벌레들이 움트는 계절이 돌아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