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의미를 두는 것과 일에 의미를 주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육아휴직은 육아라는 본연의 목적을 다함과 동시에 나 자신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다. 30년 이상을 열심히 살아온 우리는 출산 이후 삶의 우선순위에서 혼동이 생긴다. 나와 닮은 아이를 마주하는 일은 직접 겪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감정을 준다. 그렇기에 나 자신도 가족과 아이가 최우선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내 머리는 이를 바로 적응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가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회사다. 본질적으로는 일이다. 일은 우리의 삶에서 뺄 수가 없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는 밥벌이를 위해 일을 해야 하며, 회사는 우리의 사회적 관계과 지위 그리고 자아실현 등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내 자아실현을 위해 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첫 입사를 하고 정신없는 1주일이 지나고, 나는 내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복도 근처에 있는 내 자리가 점점 창가 쪽으로 이동하고, 작은 방이 생기며, 약간의 평수를 넓히는 삶이다. 내가 가장 의문스러웠던 점은 '새벽같이 회사에 오고, 종종 주말에 출근도 하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였다.
한국 사회에서 월급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기에 가족들이 이를 용인해 주는 것일까? 그렇다면 퇴직 후에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회사는 유한하고, 가족은 무한한데 우선순위를 모르는 것이 아닐까?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남편은 집에 돈만 잘 가져다주면 최고인 시기가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들의 성장과 학업에 한 걸음 떨어져 있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내 10년, 20년, 30년 선배들과는 다른 세상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월급을 방패막이 삼아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핸드폰 화면으로 아이들이 꿈을 이루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나의 역할은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고, 함께 꿈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급, 월급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스스로 우선순위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나는 제2의 직업을 투자자라고 할 정도로 진심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경제적 자유를 위해 투자 공부에 최선을 다 했었다. 지금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내 초기 목표는 말 그래도 조기 퇴사였다. 소위 말하는 파이어족을 목표로 했었다.
육아휴직은 이러한 내 생각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육아휴직 중의 일상은 내가 경제적 자유를 이룬 이후의 일상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경제적 자유를 이루지 않았지만 마치 경제적 자유를 이룬 것처럼 일상을 보냈다.
아이들 아침을 차려주고, 등교를 시켜주고, 운동을 간다.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책을 읽는다. 아이들 하교하면 간식도 주고, 학원 라이딩을 해준다. 아내가 일찍 퇴근하면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와 시간을 보낸다. 얼마나 이상적인 하루인가!
그런데 이러한 이상적인 일상에서 나는 약간의 의문점을 느꼈다. 휴직 중에도 투자를 계속하지만 투자에 시간을 쏟는 부분은 이제는 많지 않다. 시세창을 한 두 번 확인할 뿐, 한 번 포지션을 잡으면 기다리는 시간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문제는 자아실현이었다.
회사는 물론 월급을 주는 곳이지만 약간의 자아실현도 가능한 곳이다. 특히, 나는 공공 부분에서 일을 하기에 무언가 사회에 도움을 준다는 느낌을 종종 받을 수 있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월급에 연연하지 않을 때에도 지금 일을 하고 싶을까? 나는 Yes라는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돈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는 꿈, 자아실현일 것이다.
회사에만 있었다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회사 일, 진급, 인간관계에 매몰되어 단지, 조기 퇴사만을 꿈꿨을 것이다. 한 발짝 떨어져서야 비로소 볼 수 있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회사에서 나는 무엇을 받고 있는지 말이다.
한 발짝 떨어져야 비로소 전체를 볼 수 있다. 회사도 일도 마찬가지다. 잠시 떠나보면 더 명확히 보이는 것들이 있다. 당신도 이것을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