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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발 Oct 24. 2024

맘스홀릭 베이비에 매일 들어가는 이유

임신 후 매일 들어가는 사이트가 생겼다. 맘스홀릭 베이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임신·출산·육아 커뮤니티다.


처음부터 가입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 나타나는 증상을 검색하면 대부분의 답변이 맘스홀릭 베이비로 수렴했다. 임신 초기 어지러움, 임신 초기 귀 먹먹, 입덧 먹을 만한 음식. 어떤 키워드를 검색해도 필요한 정보는 모두 그곳에 있었다. 처음 겪는 증상은 막막했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동지들의 글은 큰 안정감을 주었다. 


같은 주수의 산모들은 비슷한 이유로 힘들고, 비슷한 게 궁금하다. 맘스홀릭 베이비에는 임신 주차 별 게시판이 있다. 0~7주차, 8~11주차, 12~15주차... 주수 별로 나눠져 있는 게시판은 36~39주차에 이어 40주차 이상까지 구분되어 있다. 한 주 한 주 시간이 흐를수록 다음 게시판으로 넘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레벨업하는 기분이다. 


게시판마다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임신 초기에는 주로 조심스럽다. 피고임이 있다는데 괜찮을까요, 임신인 줄 모르고 술을 마셨는데 괜찮을까요, 이거 먹어도 될까요, 하는 걱정스러운 글들이 주를 이룬다. 그 후에는 입덧 지옥이다. 입덧을 그나마 수월하게 넘길 수 있는 메뉴들을 서로 추천하고, 비슷한 증상의 동지가 있다는 것에 안도한다. 입덧은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이다. 산모를 계속 괴롭히던 입덧 증상이 완화되면 아기가 잘못된 건 아닌지 더럭 겁이 난다. 


중기에 접어들면 기형아 검사와 아기 성별, 각도법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부인과는 같은 주수에 같은 검사를 하는 모양이다. 기형아 검사까지 무사히 마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그 뒤론 태교여행, 임당 검사, 미용실에 가도 되는지에 대한 소소한 궁금증들이 주를 이룬다. 태동도 빼놓을 수 없다. 20주쯤 되면 뱃속 아기의 움직임이 느껴지는데, 다들 태동을 느낀다고 할 때 우리 아기만 움직이지 않으면 조바심이 난다. 


후기엔 아기 맞을 준비가 시작된다. 출산 가방 리스트, 아기용품에 대한 토론. 무엇이 국민템인지, 무엇은 필요 없는지. 출산 휴가는 언제부터 들어가는지. 내가 요즘 자주 들어가는 36~39주차 게시판에는 가진통과 이슬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게 가진통인지 진진통인지, 피가 비치는데 병원에 가야 하는지, 벌써 출산했다는 산모들의 분만 후기까지. 37주부터는 정상 분만이라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내가 속한 주수가 아닌, 미래의 주수 게시판에 들어가 예습을 하기도 한다. 그때쯤 컨디션이 어떤지, 이때는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해서다. 맘스홀릭 베이비엔 그 모든 것이 있다. 매일 비슷한 글이 올라오지만 다들 경험에서 우러나온 댓글을 정성껏 달아준다.


주변에 임산부가 없기에 동지들의 글은 큰 의지가 된다. 출산 후엔 육아방으로 옮겨가겠지. 인류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한, 맘스홀릭 베이비는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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