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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이민이야기 10 - 홀로서기, 만나고 헤어지고.

해외생활을 하면서 한국사람들과의 만남은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처음에 해외생활을 시작했을 때 한국사람을 조심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도움을 주는 사람도 한국사람이고, 사기를 치는 사람도 한국 사람이라 사람을 잘 구별하고 사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너무 마음을 많이 열지 말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처음에 우연히 알게 된 한국 사람들이 몇몇 있었는데, 독일에 10년 이상 씩 거주하신 분들이었다. 나는 독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야말로 파릇파릇 새내기였다. 인사를 하고 자기소개를 할 때, 남편 직업 때문에 여기 왔다고 했더니, 이내 나에게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 주재원으로 와서 독일에 잠깐 머물다가 금방 한국으로 돌아갈 사람으로 생각했었나 보다. 다른 분한테 들은 이야기로는, 마음을 열고 친하게 지내다가 그 사람이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더 이상 만날 수가 없어 죽은 사람이 되는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분들은 얼마나 많은 이별을 겪었길래 사람들을 향해 마음 문을 닫게 된 건지, 내가 그분들의 인생의 우여곡절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사람들마다 제각각 사정이 있어 어떤 사람은 독일에 잠깐 왔다가 돌아가기도 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독일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누구는 옳다, 누구는 그르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다사다난한 삶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다 보면 생기는 일들인 것이다. 그러는 중에 상처받고 어려움을 겪어 내다 보면 자연스레 생기는 삶의 패턴이 아닐까, 어쩌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수단일 수도 있다.


나도 이곳 독일에서 N년차를 살다 보니 마음 아픈 이별을 겪어야 할 일들이 생기더라. 나와 마음이 잘 맞고, 인격적으로도 너무 훌륭한 분들을 만나고 앞으로 소중한 인연을 잘 이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그분들의 귀국 계획을 듣게 되었다. 사정은 각각 다양했다. 젊은 날 짧게 유학하러 왔다가 영혼의 짝을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아 가정을 꾸리게 되고, 오랜 독일 생활 끝에 한국에서 괜찮은 구직요청을 받고 한국에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사업이 어려워져서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에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분도 있었다. 한국으로 가는 건 아니지만, 일자리를 따라 다른 도시로 이사 가는 가정도 있었다. 상황은 다 달랐지만, 이별을 맞이해야 한다는 건 언제나 동일하게 슬픔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사실을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주어야 하는 건 더욱 힘든 일이었다. 이미 한국을 너무 그리워하고 있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친한 친구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들이 느낄 감정이 얼마나 쓰라릴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아직 말해주지 못한 이별도 있다. 조금 더 아이들의 마음이 단단해지고 이별을 맞이할 준비가 된다면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은 너무나 좋은 분들이 많았다. 이별이 너무 아프게 느껴질 만큼 소중한 인연들도 많았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겠지만, 어떠한 선입견도 마음의 벽도 없이 관계를 맺고 싶은 게 나의 바람이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정말 엄청난 용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시간이 흘러도 어떤 처지에 놓여도 그러한 용기를 발휘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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