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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벼리 Aug 01. 2024

장남 콤플렉스

소설 [이상한 목공방 1]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제 이야기는 아이고요.^^


 아빠 나동일 씨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일곱 살 때 서른일곱 살의 아버지가 죽었다. 왜 죽었는지는 모른다. 아무튼 생때같은 자식들을 두고 아버지는 죽었다. 어머니 다섯 살의 남동생을 포함한 세명의 가족은 살던 집에서 쫓겨났다. 어머니는 둘째 부인이었고 두 아들은 서자였다. 남편이 죽었는데 첩과 첩의 자식들까지 품을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쫓겨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내 쫓긴 판국에 재산 한 푼 받았을 리도 없다. 월세 단칸방에서 겨우 밥벌이를 하며 근근이 살았다. 갈현시장에서 야채 노점상을 했던 어머니는 이후로도 남자를 만나 자식들을 더 낳았다. 어머니의 남자는 어머니와 자식들을 버리고 제 갈길을 갔다.


 열 살에 구두닦이를 했고, 나무껍질을 벗겨다 땔감으로 팔았다. 신문 배달도 했다. 신문 배달을 하던 소년은 청년이 되어 신문 보급소 사장이 되기도 했다.


 아빠는 똑똑한 사람이었지만 학교를 다니지는 못했다. 할머니는 아빠를 가르칠 생각도 없었다. 뒤늦게 혼자 야학을 다니며 공부를 했다고 들었지만 졸업장을 땄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어머니에게 순종적이었던 장남 나동일 씨는 남편 노릇에 아비 노릇까지 해야 했다.





 할머니는 아빠를 의지하면서도 함부로 대했다. 작은 아들과 비교했고 한 술 더 떠 큰 아들의 장남과 작은 아들의 장남까지 비교했다.


"동일아! 영민이는 이번에 반에서 몇 등 했냐?"

"글쎄요..."

"걔는 그렇게 공부를 못해서 어쩌면 좋으냐?"

"......"

"우리 똘똘한 영선이는 이번에도 반에서 1등을 했겠지만! 학교 전체에서도 3등이나 했다더라!"

"아우... 잘했네요..."

.

.

.

"동일아! 저기 OO대학 알지? 들어가기 힘든 유명한 대학이라던데?"

"네... 알아요. 어머니..."

"영선이가 이번에 그 어려운 대학에 떡하니 붙었다더라!"

"그래요? 축하해 줘야겠네요..."

.

.

.

"동일아! 우리 잘난 손주 영선이를 어쩌면 좋으냐~ OO전자에 들어가 버렸다!"

"그래요?"

"아이고~ 고 놈. 아베 닮아서 어찌나 똘똘한지! 잔치라도 해야 되나?"

"성일이가 알아서 하겠죠..."


 할머니가 사촌오빠 영선이의 자랑을 늘어놓는 날이면 오빠는 아빠에게 흠신 두들겨 맞아야 했다.


 아빠는 아들이 미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능력도 없으면서 자식을 줄줄이 낳아 놓고는 장남이라는 이유로 가장 노릇을 강요했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는 자신의 희생을 고마워하기는커녕 작은 아들과 비교하며 무시했다.

아빠는 그런 어머니가 제일 미웠을 것이다.


 본처를 두고도 첩을 들여 자신을 서자로 태어나게 만든 아버지는 또 어떤가?

천년만년 살 줄 알았던가? 모두가 힘들었을 이기적인 선택을 해 놓고는 홀연히 세상을 등져버린 무책임한 아버지였다. 어찌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부모에게 원망 섞인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미련하게 참고만 사는 자신이 싫어서 그랬을 것이다.




 아빠는 술을 마지시 않는 날이 거의 없었다. 일이 없을 때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술에 환장한 사람처럼 며칠을 쉬지 않고 마셨다. 다 깨기도 전에 또 마시고, 또 마셨다.


 엄마는 아빠가 사다 놓은 술을 광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다. 아빠는 그걸 또 잘도 찾아냈다. 엄마는 술을 하수구에 죄다 쏟아부었다. 술도 돈 주고 산 것 아닌가? 돈이 아까워 버릴까 말까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떨 때는 취해서 잠든 사이 나가지 못하도록 방문을 잠가버리기도 했다.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나이 들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술 마시는 횟수와 양이 줄기는 했으나 답십리 목수 나동일 씨의 환장하는 애주 생활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빠의 폭력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부모를 향한 원망과 본인에 대한 미움을 연약한 자식들에게 푼다는 것은 비겁하고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왜 그리 술에 취해 살아야만 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말----

다음 주는 연재를 한 주 쉽니다. 휴가 가요~

(아...... 출간 프로젝트 공지까지 뜬 마당에 휴재라니 ㅜㅜ 그래도.. 쉼이 있어야 글도 잘 써지는 법이라고 해 두죠. *---* )

휴가 가서 푹 쉬고?(과연 쉴 수 있을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겠습니다. ^^ (책도 들고 갑니다. 읽을 수 있을까요?)

통영으로 갑니다. 통영은 처음 가보는데... 통영에 가면 뭘 해야 할까요?

주변이 온통 바다라 남편에게 반나절 낚시를 다녀오라 했습니다.
남편은 "날 뜨거운데 낚시하겠어?" 그러더니...
"최대한 가볍게 가자" 그러더니...
낚시용품 택배가 자꾸 날아옵니다.
여행 준비는 안중에도 없고 낚시 포인트만 찾고 있는 남편입니다. 아이고~ 사랑스러워라~~

제가 운전 가능한 차로 렌트했습니다.
이번에는 웃으면서 돌아올 수 있겠죠?
(무슨 소리인지 궁금하신 분은 브런치북 이뻔소 13화 "환장하는 주말 나들이"편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신나고 남편도 신났는데! 저도 한번 신나 보겠습니다.

여행은 즐겁게~~~ ^----^  읏!!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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