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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다운 김잡가 Sep 05. 2024

Day37_뷰 맛집에 안개가 자욱하면

뮤지컬 데뷔 동기와 일일 데이트; 커피 쉑, 라바튜브, 마지막 인사

소중한 인연

워낙 사람 좋아하는 우리 가족인지라, 타국에 여행 와서 누군가를 사귄다는 것이 이토록 대단한 것인 줄은 몰랐다. 사람 사는 지구, 언어와 생김새만 다를 뿐 마음은 같다고 생각한 단순함 때문 아니, 덕분일 까?

올해도 작년과 같은 상황이었다.

캠프 마지막 날 아쉬운 마음에 주고받았던 메일. 아이들이 집에 와서 로사와 다니엘(이수, 이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참 사랑스러운 아이들인 것 같다, 또 만나길 기대한다. 나는 또 만나길... 에 초점을 두는 것 같다. 

또 만나요.

그냥 인사치레일 때도 있지만 진심이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뭔가 마음이 더 닿아야 느낄 수 있는 이 말, 또 만나요.

그렇게 소이어 세라야를 또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이미 한 차례 집시젤라또에서 2시간 정도 만남을 가졌고, 그 후 우리가 묵는 콘도의 수영장에서 3시간 정도 만나서 놀았다. 그리고 우리가 가기 전 한 번 더 만나기로 했는데, 그날이 오늘이다.

지난번 수영장에서 샨다(소이어와 세라야의 엄마)와 자주 언급했던 그 코나 사는 한국 친구와-이만하면 이름을 말했어도 되었을 것 같긴 하네, 올리비아- 맛집 이야기를 하며 들었던 뷰가 그렇게 좋다는, 브런치가 그렇게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레 장소도 그리로 정해졌던 것 같다.

하와이 사람들은 참 부지런하다.

원래는 일요일 아침에 만나기로 했었는데 늘 그렇듯 식사만 하고 헤어질 아이들이 아니기에 더 긴 시간을 확보하고 만나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교회 예배시간 12시 30분에 못 맞출 것 같아 토요일로 옮겼다. 마지막 주일에 교회에서 사모님께 꼭 인사를 해야 한다는 이수와 이준이의 귀여운 부탁에 아빠도 크게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약속날을 옮겼기 때문에 어제의 피곤함을 핑계로 또 변경할 수는 없었다. 토요일 아침 일찌감치, 일어나자마자 씻고 바로 나왔다.

비가 내렸다.

이곳 코나에 비가 내리면 커피 쉑이 있는 캡틴쿡 쪽은 당연히 비가 내린다. 역시나 비가 내렸고, 안개가 자욱했다. 점점 걷히고 있는 듯했으나 우리가 브런치를 즐기는 시간 동안은 계속 비가 흩뿌렸다.

다 커피 쉑

끝내주게 아름다운 그 뷰는 안개가 드리워 해안선까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감탄스런 풍경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만큼은 보였다.

음식은 내 입에는 완벽하게 맛있었다.

오믈렛은 좀 짰지만 토스트는 정말 맛있었다. 다음에 또 가게 되면 오믈렛을 덜 짜게 해 달라면 더 좋을 것 같다. 특히 야채 오믈렛이 일품이었다. 버섯과 시금치 향이 적당히 어우러져 햄과 치즈보다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라바튜브

화산 국립공원에도 라바튜브가 있지만 그것은 고유명사가 아니었다. 근처에 라바튜브가 있다며 소이어가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날이 좋았으면 투스텝을 가려고 했었는데 날씨가 흐려서 라바튜브에 갔다가 우리 콘도에서 영화를 보고 수영을 하기로 했다)]


소이어가 말한 라바튜브는 로얄코나커피 센터에 주차를 하고 5-10분 정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화산공원에 있는 라바튜브만큼은 아니지만 그 짧은 동굴을 통과하며 아이들은 탐험가처럼 이곳저곳을 자세히 살펴본다. 호기심이 많은 소이어는 특히 이곳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미 여러 번 왔을 텐데도 그 짧은 동굴 속을 이리저리 만지며 감상하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나도 덩달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곳곳을 살피게 된다. 뜨거운 용암이 뚫고 지나간 자리라는 것을 잊은 채 감상했던 것일까. 나는 이제 와서 용암이 흘렀던 그곳을 보며 자연에 뜨겁게 감탄하고 있다. 그 뜨거운 용암이 뚫고 지나가 딱딱하게 굳은 그곳에 초록 이파리가 돋는 것에 감동하고 있다.


용암 동굴을 보고 로얄코나커피센터에서 여러 종류의 커피를 맛보고 우리 콘도로 향했다.


마지막 인사

콘도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바로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슈비를 해주기로 했다. 홀로 남아 코스트코에서 산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에 우유를 따라 얼음을 가득 넣었다. 준비 완료.

3주 동안 아이들 점심을 싸 주었던 솜씨로 휘리릭 만들었다. 비건인 샨다를 위해서는 샐러드에 아보카도 레몬 드레싱을 곁들였고, 달걀과 치즈만 넣어 무슈비를 만들었다.

 

수영을 마치고 온 아이들은 무슈비와 컵라면을 먹으며 어떤 영화를 볼지 의논한다. 귀엽다.

아이들은 오늘 하루를 함께 불태우고 조금은 피로한 모습이다. 

언제 다시 만날지는 모르지만 서로를 향해 벌써 그리운 눈빛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찡했다.

나는 쉽게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왓츠앱을 깔았다. 

다시 연결될 준비 완료.


하와이 사람들에겐 정말 알로하 스피릿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아니면 내가 하필 행운스럽게도 알로하 스피릿이 충만한 사람들만 골라서 사귀게 되었거나.

아무튼 하와이에 머무는 동안 알로하 스피릿이 무엇인지 몸소 느끼며 제대로 배우게 된 것은 우리의 여행에서 가장 큰 열매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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