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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다운 김잡가 Sep 06. 2024

Day38_세 밤만 자면 다시 일상으로

마지막까지 느긋한 여행

하와이에 오기 전에는 아이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손꼽아 출국일을 기다렸다.

일주일 전쯤부터 열 밤만 자면, 아홉 밤만 자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세다 보니 아이들도 마음이 섭섭했나 보다. 세 밤만 자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니 아이들 눈에 아쉬움과 서운함이 가득하다.

남은 3일 잘 지내보자며 하루를 시작한다.

마지막 주일, 사랑 듬뿍 받았던 한인교회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가장 좋아하는 비치인 쿠키오 케이키로 향했다.  


처음으로 비치 입장 티켓을 못 받았다.

근처의 쿠키오 비치로 갔지만 돌이 거칠고 파도가 세서 다시 쿠키오 케이키 비치로 향했다. 늘 아무렇지 않게 받아갔던 프라이빗 비치 티켓이 이렇게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질 줄이야!

케이키라는 별명 대신 키카우아 포인트 파크라는 정식 명칭으로 티켓이 다시 만들어졌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쿠키오 케이키에서 선셋까지 보고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정말 아름다웠고, 늦었다.


3일 남았는데 다시 먹고 싶은 것 있냐고 묻자 아이들은 역시나 얼티밋 버거를 말한다.

사실 귀국 전에 가족들 선물을 사야 했기 때문에 타겟과 로스에서 가까운 이곳을 원했던 것은 나였다.

가장 먹고 싶었던 피시 앤 칩스를 먹으러 '코나 인' 레스토랑에 가자고도 했지만 아이들의 얼티밋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간이 없다!


40일 가까이 결국은 피시 앤 칩을 못 먹은 게 되었다.

작년에는 거들떠도 안 봤던 포케였는데 올해는 나와 아이들 모두  '파카이 포케'라는 포케 맛집에 빠지는 바람에 아이들좋아하는 메뉴로 결정하다보니 그렇다.

오늘은 기념품 쇼핑을 위해 기꺼이 아이들의 베스트 메뉴로 양보를 하였고. 그래서 피시 앤 칩은 내일이나 모레 이틀 안에 도전을 해야 한다. 이제는 미련이 조금 떨쳐지긴 해서 뭐, 일부러 먹으러 가진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나와 이준이는 햄버거 빵을 좋아하지 않고 고기 패티에만 진심이어서 패티가 세 장 들은 버거로 두 개 시켰다.

우리 아이들은 생 양파를 잘 먹지 않으므로 그릴드 어니언으로 바꾸는 것은 필수다. 느끼함을 더해주니 산뜻한 맛을 원한다면 바꾸지 않아야 한다. 소고기 패티를 함박 스테이크처럼 먹으니 맛있었지만 두 개 째 먹을쯤엔 생양파가 그리웠다.

나와 이준이가 고기만 빼갔으니 이수와 남편의 몫으로 각각 치즈버거, 더블패티 버거가 되었다.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가격과 퀄리티의 식사가 또 있을까 싶다. 원래 감자튀김을 추가로 더 시키곤 했는데 오늘은 추가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배가 불렀다. 햄버거 하나 온전히 먹을 때는 몰랐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만 두배로 먹었더니 매우 배가 불렀다.


간단히 로스를 한 바퀴 도는데 일요일은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닫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여유를 부리다가 몇 개 건지지도 못하고 나왔다. 럴줄 알았으면 코나인에 갔어도 되었겠다 싶다.


천천히 코나스러운 여행이더라도 마지막은 여유를 부릴 수 없는 것이 여행자의 마음인가 보다. 뭔가 촉박하고 재밌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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