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강연 나가다 보면 연령과 관계없이 포켓몬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포켓몬스터 이것저것 많이 분석했는데 다른 포켓몬도 봐달라는 사람들도 많아서 1세대에 있는 모든 포켓몬을 보려고 한다. 동물 아닌 물건 같은 경우도 사실 내가 분석할 필요는 없는데 써칭해서 매칭 정도는 시켜보려 한다. 분석 순서는 1번부터다. 1번을 보니 이상해씨다. 이상해씨가 진화하면 이상해풀, 이상해꽃인데 어차피 다 생긴 거 똑같으니 셋을 묶어서 보려고 한다. 반응 좋으면 5세대까지 쭉 간다.
오늘의 연구 주제는 이상해씨, 이상해풀, 이상해꽃이다. 아까 앞에서 언급한 대로 포켓몬 1세대 도감의 1번, 2번, 3번을 담당하는 친구들이다. 그냥 직관적으로 봤을 때 약간 양서류의 느낌을 준다. 물론 도마뱀과 같은 파충류 역시 가능하다. 포켓몬 담당자가 도마뱀입니다라고 하면 나도 할 말은 없다만. 그래도 나는 양서류 같다.
실사화를 보면 좀 더 그런 느낌이 든다. 체형을 보면 두꺼비, 좀 더 매끈한 피부를 보면 약간 개구리가 떠오른다. 아 이건 그냥 직관적이다. 그래서 일단은 이상해씨를 양서류를 염두에 두고 먼저 분석에 들어갔다. 초록색 몸을 가지면서 몸이 매끄럽고, 다리가 약간 굵은 양서류를 찾다 보니 이런 생물체를 발견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청개구리 중에서는 꽤나 큰 편에 속하는 개구리다. 호주에 서식하는 개구리며 몸길이가 10cm 정도 된다고 한다.(호주는 도대체 어떤 동네기에 개구리도 저렇게 클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청개구리의 크기가 3cm 내외임을 생각하면 3배 이상 큰 편이기 때문에 두꺼비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비주얼이다. 이상해 씨는 단순 풀숲 말고도 다른 땅에서도 잘 다니는 것으로 보아 두꺼비 쪽이 좀 더 맞는 것 같은데 왜 이 개구리를 선택했냐. 두꺼비는 아무래도 땅에서 생활하니 일반적으로는 땅의 색과 비슷한 갈색이 조금 더 많은 편이지만 개구리는 풀이 많고 습한 곳에 서식하기 때문에 초록색이 조금 더 많아 보였기 때문. 또한 비주얼은 저 청개구리의 비주얼을 따라갈 동물은 보이지 않아서 저 친구를 선택했다. 결론은 이상해 씨는 magnificent tree frog로 추정된다는 사실.
그런데 일반적인 개구리와 이상해 씨는 조금 다른 특징이 있는데, 이상해 씨는 발톱이 있고 아랫니도 있으며 등에 식물이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두꺼비나 개구리나 이빨은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 일반적인 개구리나 두꺼비는 먹이를 고정할 정도의 윗이빨만 돌기처럼 있는 모양새다. 물론 일부 종의 경우 종종 아랫니도 발견된다고는 한다. 우리처럼 이빨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 보니 개구리나 두꺼비는 저 이빨로 먹이를 고정하는 데에 사용한다. 다만 이상해 씨는 이빨이 아랫니도 여럿 있는 걸 보니 먹이를 씹으며 먹는 쪽으로도 진화했을 것 같고 육지 생활을 하며 육식을 즐겨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발톱이 있다면 아무래도 나무 타기가 좀 유리할 가능성도 있겠다. 다만 저 친구의 가장 큰 문제는 등에 있는 저 식물이다.
피부는 외부 물질로부터 1차적으로 몸을 보호하는 장벽이다. 생각보다 견고하여 면역력이 정말 떨어지지 않는 이상은 일반적으로는 세균이나 곰팡이도 잘 뚫지 못한다. 그런데 저렇게 떡하니 식물이 자라고 있다니? 물론 이런 경우는 있다. 움직임이 정말 느린 나무늘보나 거북이 등에 이끼 같은 것이 붙어있는 경우는 더러 있다. 다만 지금처럼 파충류 몸에 식물이 자라려면 그 파충류의 시체 위에 자라는 것 말고는 없다. 또한 저 식물이 이상해씨의 몸 자체를 양분으로 삼으며 자라는 셈일 텐데 암 조직과 다를 바 없다. 이상해 씨는 그냥 저 식물을 떼어야 본인도 살 테니 동물 병원에 와서 저걸 떼는 게 수명 연장에 기여하겠다.
결론은 이상해 씨는 호주에 사는 예쁜청개구리(Magnificent tree frog)로 추정하며 다른 개구리들과는 다르게 육식에 유리하며 발톱이 있으니 나무 타기도 좀 잘 할 것 같고 저 식물은 일단 제거해야 이상해씨가 산다는 게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