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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2100년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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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교 Oct 23. 2024

[소설] 2100년(3)

Episod 3




그 아이의 첫 걸음마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처음 발자국을 떼며서 자신도 놀라고 우리도 놀라는 그런 모습은

행복과 감탄 그리고 경이로움까지도 같이 존재했다.

이런것이 행복이라는 것 같았다.

아이의 걸음마가 늘어갈수록 우리의 행복도 하나씩 더 늘어났다.


그 이후로도 절망이 가득한 울음을 쏟아내고 난 뒤에

약속이라도 한듯이 알약을 삼키면 땅속으로 꺼지는 사람들이 눈에 띄이기 시작했다.

알약을 삼키는 시기는 알았지만, 일부러 절망적인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한 자극을 받고난 뒤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

누군가의 '어떤 전달'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혹여나 갑자기 그런 감정이 물밀듯이 올라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알약 두개를 더 얻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에만 몰두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알약의 유효시간을 모르는 상태이다.

두개를 더 얻으러 가기전에 테스트도 해볼 겸 알약 하나를 삼키고 밖을 나섰다.


초로색으로 뒤덮인 도시는 평화로워 보이면서도 무언가 차가워 보였다.

모두들 그러한 도시를 거닐고 자신이 할 일들을 묵묵히 할 뿐이었다.

일을 하지 않고도 원하는 것들을 다 할 수 있는 도시... 이전과는 다른 생활체계에 조금 당황스럽다.




길가에 있던 자전거를 타고 길을 향해가는 도중에

다른 집의 우편함을 혹시나 하고 열어 보았다.

무엇에 이끌린듯 열어본 우편함에는 알약이 하나 들어 있었다.

아무도 보지 않았기에 그 알약을 주머니에 슬쩍 넣었다.

하지만 이내 도시 전체에 소음이 일어나더니 사람형태를 한 로보트 두대가 나의 팔을 묶고 체포를 했다.

알약을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어느 한 공간에 갇혀 손발이 묶인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의자 앞에는 수만가지의 TV 모니터 화면이 있었다.

그 모니터에는 각각의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고 모든것이 녹화가 되고 있었다.

그 화면 중간중간에는 역시나 울부짖으며 땅속으로 꺼지는 사람들이 보였다.

공통점을 찾아내 어떤 이유를 알아내보려고 했지만 어느 접점도 없이 각각의 상황들이 존재하곤 했다.

'일단 여기를 벗어나야 겠어'

감옥에 갇힌듯한 이 공간을 빠져나가기 위해 연신 소리를 질러댔다.

"거기 아무도 없나요!!??"

하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벽을 치고 돌아오는 내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렇게 몇일을 보냈다. 자동으로 들어오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말이다.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손과 발도 동시에 풀리면서 그곳에서 걸어서 나왔다.

밖은 여전히 초록색으로 가득했고, 햇빛도 내 발끝을 스치며 비추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는것을 봤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느 소용돌이 치는 감정이 느껴지더니, 연신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까먹은 알약의 기운이 내 머릿속을 감싸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매일 밤 꿈속에서만 보던 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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