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종일 쏟아져나오는 콘텐츠와 광고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내가 소비하는 콘텐츠 매체를 분석해보면 아침에는 신문과 책으로 점심에는 유튜브로 일할 때는 핀터레스트로 오후에는 인스타그램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탐색한다.
그냥 보기만 하면 소비하는 것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아카이빙하는 순간 오늘의 영감이 된다.
신기한 건 매일 영감을 받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영감을 받는 건 비즈니스, 사람, 장소 등 다양하다.
소비한 콘텐츠를 영감으로 남기고 내 일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종일 소비했던 콘텐츠가 하나라도 기억에 남는다 하더라도 다음날이면 기억이 안 난다.
요즘의 트랜드는 책을 쓰는 지식인들이 유튜브에 나와서 인터뷰하고 책이 팔리는 구조인 것 같다.
숏폼이 아무리 대세여도 숏폼을 진지하게 보는 사람은 없다.
10분 이상 롱폼으로 영상을 봤을 때 기억에 조금이라도 남게 되고 그다음 책을 사거나 소비로 이어진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유튜브 롱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유튜브처럼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매체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상 매체를 통해 작가를 알게 되는 일도 있지만, 나는 서점에 매주 1회씩은 직접 가서 책을 고른다.
책의 제목과 저자를 보고 내가 지금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를 만나면 책을 구매한다.
독서 모임을 통해 함께 책을 읽고 내가 책의 질문지를 만들고 답을 하고 발표했을 경우만 그 책은 나에게 영감을 주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 읽는 책마다 모두 모임을 할 수는 없으니, 혼자서 독서를 하는 경우라면
ppt나 독서노트를 활용해 정리를 따로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지를 만들고 답을 하는 것이 좋다.
그냥 읽기만 하고 끝나면 다음 날 내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문을 보는 것도 영감을 얻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관심 있는 주제 브랜드 이야기가 매일 업데이트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디저트에 관심이 있었는데 도쿄 여행에 다녀오면서 도쿄 바나나를 사 왔다고 치자. 한국의 도쿄 바나나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왔는데 다음날 매일 경제신문에 이미 한국의 도쿄 바나나를 만든 20대 대표가 등장한다. “한국의 도쿄 바나나를 만들고 싶었어요” 대부분 나의 아이디어와 머릿속 생각은 누군가가 먼저 실행하고 선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 역시 있었구나.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미 나보다 더 앞서가는 사람이 있었네? 그럼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아이디어는 더 확장되게 된다.
지금 나와 있는 것보다 더 획기적인 건 없을까? 계속 고민하게 되면 더 좋은 것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영감이 확장되면 나의 뇌에 각인되고 그때부터는 디저트가 어디서든지 나의 시야에서 포착된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로서 자신감이 많이 줄어있을 때 누군가 한국에서 보지 못할 디자인을 시장에 내놓은 걸 보면, 이런 게 가능한 세상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인다. 반대로 실력이 없는 거 같은데 앞서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도 영감이 될 때가 있다.
내가 하면 저것보다는 잘하겠는데? 라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유튜브 영상을 볼 때 마음에 끌리는 사람을 발견했다면 그 사람을 통해 얻는 영감도 나의 일에 영향을 미친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나의 일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디자이너라고 나를 규정하기 싫었었다. 유튜브를 통해 경영하는 디자이너를 보게 되면 디자이너의 무한한 가능성과 역할에 더 큰 희망이 생기기도 하고 이미 앞서가는 선배들을 통해 나도 저런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의 확장이 일어난다. 불가능하게 보이던 일들도 미리 앞서나간 선배들을 통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이게 되는 것이다.
책 제목 하나에도 1년을 고민한다는 작가를 유튜브에서 보면 내가 만든 책 제목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누군가는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 만나는 친구들, 지인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지만, 나의 하루를 보면 대부분 매체를 통해 영향을 받는다.
나도 직장에 다닐 때는 직장동료의 패션까지도 나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되고 그들의 사고방식마저 흡수하게 되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면 같은 회사를 향해 취업 준비를 하게 되는 것도 모두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되는 건 나의 시야와 환경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한 후부터는 만나는 사람도 한정적이니 콘텐츠 매체를 통해 받는 영향이 더 크다.
오히려, 과거보다 나쁘지 않은 게 나보다 훨씬 앞서가는 사람들의 영상과 신문 속 인물, 책 속 작가, 인플루언서 등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만 보다 보니 나에게는 매일이 자극이고 영감이다.
여기서 조심할 건, 그들의 결과만 보고 지금의 나의 과정과 비교하며 우울해지지 않는 것이다.
나보다 앞서나가는 사람을 보면 존경의 마음과 닮고 싶은 점을 가져와야 영감이 된다.
나의 레이더망에 들어온 콘텐츠를 발견했을 때는 반드시 기록해놓는 게 좋다. 그 순간의 영감을 사진처럼 포착하지 않는다면 소비하고 끝나버리지만, 기록하면 그 영감은 나의 일에 언젠간 쓰임을 갖게 된다.
내가 아카이빙 하는 방법은 핸드폰으로 본 콘텐츠를 캡처하거나, 사진으로 찍어서 나만의 ‘영감 창고’에 기록해두는 것이다.
다양한 노트 앱들이 있지만, 나는 네이버밴드를 만들어 아카이빙 해놓는다.
책에서 좋은 문장을 발견했을 때 밑줄을 긋고 사진을 찍어서 저장하거나 신문에서 좋은 기사를 봤을 때 사진을 찍어 ‘영감 창고’에 기록해둔다.
영상도 나에게 좋은 영감을 준 영상은 링크를 복사해 ‘영감 창고’에 모아둔다.
갑자기 머릿속에 들어온 아이디어나 영감도 놓치지 않고 카카오톡에 메시지로 보내놓은 다음 시간이 날 때 영감 창고에 차곡차곡 저장해둔다.
아날로그의 방식으로 다이어리에도 매일의 영감을 적는다. 하루에 가장 기억나는 콘텐츠나 인물 장소 그 무엇이 되었든, 나에게 영감이라고 생각하는 한 가지를 자기 전에 다이어리에 기록해놓는다.
오늘은 이 사람이 나에게 영향을 끼쳤구나. 다이어리에 기록하며 회고하는 시간을 갖는다.
신기하게도 오늘의 영감은 내일 또 다른 연결고리로 이어지곤 한다.
경영하는 디자이너를 유튜브에서 발견하고, 다시 디자인하고 싶어졌는데 마침, 남편이 가구디자인을 함께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한다. 그럼, 남편에게 내 디자인도 좀 만들어줄래? 그래, 한번 해봐. 이렇게 주워 담은 유튜브에서 본 영감은 나에게 일도 만들어주고 잃어버렸던 가구디자이너의 꿈도 되살려 준다.
디자인을 할때의 영감도 마찬가지다. 영감은 그냥 떠올라서 쓱쓱 스케치하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매일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기록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자료조사, 시장조사를 거쳐 분석한 뒤 몇번의 디벨롭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얼마전 만든 다이어리도 내가 20년간 써온 수십개의 다이어리를 통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비교분석하고 시장에 나와있는 다이어리를 문구점에 가서 모두 살펴보고 세상에 없는 나만 만들 수 있는 다이어리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3번의 쌤플작업을 통해 표지디자인, 내지디자인, 사용성 등을 계속 실험하며 최종안이 나오게 된다.
모든 일은 영감을 얻어서 스케치 하면 툭 나오는 것이 아니다.
천재는 99% 땀과 1%영감으로 만들어진다는 유명한 에디슨의 명언도 있듯이 영감을 얻었다고 해도 그 영감을 완성물로 만드는 건 99% 노력이 들어간다. 하지만 반드시 1% 영감은 필요하다!
영감을 주워 담는 일을 습관적으로 기록해보자. 영감은 어느날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발견하고 기록해야 내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