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턱이 찢어졌다

by 휴지기

4년쯤 전, 그러니까 아이가 네 살 때였던 것 같다. 나는 아이와 함께 충청도에 있는 친정에 막 도착한 참이었고, 친정 식구들과 함께 둥그렇게 둘러앉아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이는 오랜만에 만난 세 살 터울의 사촌누나를 따라다니며 종알종알 뭔가를 계속 묻고 말하고 있었다.


갑자기 아이들이 거실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둥그렇게 앉은 어른들 앞으로 사촌누나가 뛰어가면 우리 아이가 따라 뛰는 식으로, 깔깔 웃으면서 한참을 둥그렇게 뛰었다. 우리는, 아파트에서 못 뛰니까 여기에서라도 이렇게 뛰어놀면 좋지 않겠냐면서 아이들을 말리지 않았고, 지치지도 않고 뛰어노는 아이들을 신기해했다.


한참을 그렇게 뛰어놀다가 아이가 내 바로 앞에서 미끄러졌다. 아이가 갑자기 일자로 뻗어서 처음에는 뭔가 했는데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급하게 아이를 안아 상처를 찾았다. 턱이 찢어져있었다. 아이는 잠시 울다가 그쳤지만 나는 깜짝 놀라 빨리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빠는 상처를 보더니 그 정도 가지고 무슨 병원에 가냐고 그냥 있으면 다 낫는다고 했지만, 나는 그래도 병원에 가야 한다고 우겼다. 아빠 차를 타고 엄마와 함께 읍내에 있는 의원에 갔더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우리는 다시 30분 정도 차를 타고 홍성에 있는 가장 큰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가 드레싱을 한 후 상처를 자세히 보더니 이건 전신 마취하고 꿰매어야 하는 상처라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간호사가 붙여준 거즈를 살짝 떼어 아이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생물 시간에 배웠던 표피, 진피, 근육층 이런 것들이 구분되어 있는 게 보일만큼 깊은 상처였다. 기차를 두 시간 넘게 타고 차도 두 시간 넘게 탄 네 살짜리 아이를, 어떻게든 쉬게 했어야 했는데 잘 뛰어논다고 마냥 구경만 하고 있었던 게 너무 미안하고 후회스러웠다.


다시 아빠 차를 타고 천안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달리는 동안 해가 지고 있었다. 아이는 턱에 큰 거즈를 붙인 채 내 무릎을 베고 누워 잠이 들었다. 엄마는 이렇게 크게 다친 걸 병원을 안 갔으면 어쩔 뻔했냐고 안타까워하셨고, 병원에 안 가도 괜찮다고 말했던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아빠는 복잡한 곳 운전을 잘하지 못하신다. 게다가 천안에 도착하니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몇 번 길을 잘못 들면서 헤매다가 간신히 주차장을 찾아 주차를 하고 응급실로 올라갔다.


대학병원에 도착하면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다친 지 세 시간이 넘었기 때문에 상처를 치료하지 않은 채 이렇게 오래 둬도 되나 불안했었다. 그런데 접수를 하러 올라갔더니 너무 많은 아이들이 치료를 기다리며 대기실에 앉아있었다. 어떤 아이는 코뼈가 부러졌는지 엄마가 아이 코에 손수건을 대고 앉아 있었고, 어떤 아이는 이마가 찢어졌는지 피 묻은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렇게 어딘가가 다친 아이들, 다급한 치료를 요하는 아이들은 대략 잡아도 열댓 명은 넘게 앉아있었던 것 같다.


접수하면서 언제쯤 치료를 받을 수 있겠는지 문의했더니 한두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할 거라고 했다. 지금 수술 가능항 성형외과 선생님이 한분밖에 안 계셔서 어쩔 수 없다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이름을 불러주겠다고 했다. 대기실에 앉을 곳이 없어 복도 끝 벤치를 찾아가 주저앉았다. 마음 졸이며 병원을 옮겨 다니느라 어른들은 모두 지쳐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다치기 전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넘치고 말이 많았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돌아다니려고 하는 아이를 챙기느라 어른들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오래오래 기다렸다. 드디어 아이 이름이 불렸다. 큰 소리로 울어대는 아이에게 마취 주사를 놓았더니 금세 조용해졌다. 젊은 성형외과 의사가 아이 턱을 꿰매는 동안 아빠와 엄마, 나는 안절부절못하고 대기실을 돌아다녔다. 수술이 끝나고 의사가 나와 상처가 크지는 않지만 깊었다고, 열 바늘 정도를 꿰맸다고 했다. 마취가 풀리면 의식은 빨리 돌아오는데 몸에 힘이 안 들어가니 아이 목을 잘 받쳐줘야 한다고 했다.


마취가 막 풀린 아이는 정말 목을 잘 가누지 못했고 팔다리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이는 자꾸 어딘가로 가고 싶어 했기 때문에 목을 받쳐주고 팔다리를 잡아주며 아이가 원하는 곳으로 함께 움직여줘야 했다. 마취기운이 풀려 몸에 힘이 돌아왔을 때 우리는 수납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열두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아이는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자주 다친다. 대부분 많이 놀고 몸이 지쳤을 때, 몸의 기운은 거의 빠졌는데 놀고 싶은 마음의 에너지는 여전할 때, 몸이 그 마음의 에너지를 버티지 못해서 넘어지고 부딪히는 것 같다. 몸이 힘들면 멈추는 법을 배워야 할 텐데 아직 어려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남편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인지 잘 그러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내내 불안하다. 아이가 또 넘어지지 않을까, 상처를 입고 집에 돌아오지 않을까, 이 상처가 흉터가 되지 않을까...


어제저녁에도 친구들과 놀다가 넘어지면서 왼쪽 팔을 미끄럼틀에 부딪혔다. 외상은 없는데 자는 내내 아프다고 했다. 뼈에 금이 갔나 싶어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수목원 체험학습을 빠질 수 없다고 일단은 학교에 가겠다고 하여 보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병원에 갈 예정이긴 한데 어제 바로 응급실이라도 갔어야 하나 걱정이 된다.


만약 뼈야 금이 가서 깁스를 해야 하면 피아노와 태권도를 못 간다고 벌써부터 아쉬워하는 아이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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