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아이로 키우는 법??!!

by 휴지기

나는 육아를 잘 못 한다. 육아에 흥미도 재능도 없어 언제나 남들보다 뒤처지고 실수하고 뭔가를 자꾸 놓친다. 그래서 내가 아이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 감정 중 하나는 죄책감이다. 멍청한 엄마 만나 네가 고생이 많구나, 라는 말을, 그리고 생각을, 아이를 낳은 후에 정말 꾸준히도 했었다.


이런 내가 하나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고전적이지만 우리 아이의 취미는 독서이다. 학교 갔다 와서 학원 가기 전 틈나는 시간에, 학원 끝나고 집에 와서 쉬는 시간에 항상 독서를 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독서를 한다. 우리 아이의 취미가 어떻게 독서가 되었는지, 독서를 왜 해야 하는지를 간단히 정리해보려 한다.



책 읽는 게 왜 중요할까?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이 많다. 그리고,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 큰 문제없다. 꼭 책을 읽어야만 성숙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책은 읽지 않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 왜 아이들에게는 독서를 강요할까? 속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공부를 잘하기 위해, 그래서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결국은 대학을 잘 가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큰돈과 시간을 들여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무조건 아이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대학에 들어갔을 때 아이가 성공적인 삶을 살 가능성이 커진다는 걸 많은 부모가 알고 있다.


독서와 대입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공부를 잘하고 시험을 잘 봐야 소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교과서를 읽고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기억하고 응용하는 것,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은 제한된 시간 안에 시험문제를 읽고 빠르게 파악하여 문제에서 원하는 답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책을 읽고 문해력을 키워야 공부를 잘하고 시험을 잘 볼 수 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여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지는 않겠지만, 책을 읽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확률이 크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런 의미에서 어떤 사교육보다도 독서가 가성비 좋은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책을 읽혔나?


1. 가장 뻔한 방법 – 함께 책을 읽으며 책 읽는 걸 하루의 루틴으로 정착시킨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으나 아이들이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시기는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닐 때, 그러니까 아이들이 한글을 알기 전인 것 같다. 그때는 부모들에게는 열의와 에너지가 있고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있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최소 한두 권씩을 읽어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한글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책은 읽어주는 것이 아닌 아이 혼자서 읽어야 하는 것이 되고, 아이가 책을 읽을 동안 부모는 집안일이나 휴대폰을 하기 시작한다. 그럼 대부분의 아이들은 책을 읽다가도 부모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고, 책에 흥미가 떨어지게 되는 것 같다. 책은 사실 다른 유혹들보다 그렇게 자극적으로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의 인내가 필요한데 그 인내하는 시간을 아이들에게 제공해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점점 책을 안 읽게 되고, 영어, 태권도, 피아노 학원을 갔다 와서 숙제가 끝나면 잘 시간이 되어 결국 책 읽을 시간이 없게 된다. 초등학교 4학년쯤 되면 수학 학원도 보내야 하니 시간이 더 없게 되고 아이는 책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가장 뻔한 이야기지만 어쩔 수 없다. 하루 삼십 분 정도는 어떤 것도 하지 말고 아이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는 매일 아이 침대에서 함께 독서를 한다. 나는 내 책을 읽고 아이는 아이 책을 읽는다. 가끔 책을 읽으며 밑줄도 치고 소리 내어 웃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도 잠들기 전에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고, 하루의 루틴으로 맞춰진다. 일단 습관으로 정착되기만 하면, 부모가 일이 있어 책을 읽지 못할 때에도 아이는 자신의 습관에 따라 책을 읽게 된다.

2. 허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에서는 매일 숙제를 내준다. 원래는 숙제는 당일에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숙제하는 걸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숙제를 하지 않는 핑계 중 하나로 책을 읽겠다고 하고, 나는 그렇게 하라고 한다. 그럼 아이는 자신이 선택한 책을 읽고 숙제는 다음날 학교 마치고 학원 가기 전에 급하게 해서 간다.


공부 습관이 중요하고 그 공부 습관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숙제를 당일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변에서도 무슨 일이 있어도 숙제는 당일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엄마들도 많다. 당연히 뭐가 맞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책 읽기가 일종의 놀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숙제를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자신이 원하는 어떤 것, 그랬을 때 아이가 책을 주도적으로 찾아서 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날 숙제를 할 시간과 여건만 된다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가 원하는 책이면 어떤 것이든 읽게 한다. 만화책이든 줄글 책이든 아주 잔인한 내용만 없다면 어떤 책을 읽든 독려해준다. 가끔은 학습만화만 너무 읽는 것 같으면 줄글 어린이 소설을 추천해주기도 하지만 추천에서 그친다. 읽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다. 어떤 것이든 글자를 읽고 머릿속에서 나름대로 이해하고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읽어야 할 책을 종류를 지정해주지는 않는다. 꼭 줄글 책만 읽으라고 하면 아이가 책 읽는 것을 일종의 과제로 느끼게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책 읽기를 재미있는 것이 아닌 해야만 하는 과제로 인식하는 순간, 책에서 멀어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3. 한 달에 한두 번은 대형서점에 함께 간다.


주말에 도서관에 함께 가면 좋겠으나 우리 아이는 도서관을 싫어한다. 그래서 한 달에 한두 번씩 시내에 있는 교보문고에 함께 간다.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 한두 권을 사주고 내가 사고 싶은 책도 한 권쯤 산다.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이 있다면 가끔 장난감도 사준다. 그리고 그 옆의 카페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크로크무슈를 시켜주고 함께 책을 읽는다. 아이가 서점을 가는 것, 책을 사서 읽는 것을 재미있는 경험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나도 즐기고 있다. 아이와 함께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그날 산 책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때 아이가 산 책이 시리즈물이라면, 그리고 그 책을 아이가 재미있게 읽는다면 이 이후 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려주거나 중고 서점에서 사준다. 개인적으로 나는 책을 사주는 것을 더 선호한다. 아이가 읽는 책 중에 반쯤은 구매한 책이고 반쯤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구매해서 집에 계속 있는 책은 여러 번 읽는다. 같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것도 책의 내용을 구조화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데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가 여러 번 읽기를 원하는 책은 대부분 사주는 편이다.

4. 적절한 보상을 해준다.


책 읽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할 일이 없는 주말이나 방학 때는 책 읽기 미션을 준다. 책 열 권을 하루 만에 읽으면 게임을 30분 시켜주겠다, 유튜브를 한 시간 보여주겠다, 이런 식으로. 그러면 아이는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 책을 열심히 읽는다.


물론 책 열 권을 한꺼번에 읽기는 쉽지 않다. 학습만화라도 한 권을 읽는 데는 20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열 권을 읽으려면 200분, 그러니까 세 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래서 아이는 책을 한꺼번에 쭉 읽지는 못하고 읽다가 놀다가 간식 먹다가 한다. 하지만 느리기는 해도 아이는 결국 책을 읽어내고 뭔가를 성취해냈다는 신나는 마음으로 게임을 한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긴 주말 하루가 간다.


며칠 전에 강남에 살고 있는 친구와 오래 통화를 했다. 그 친구의 아이는 지금 네 살인데 다섯 살부터 영어유치원을 보내야 하는지 어째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했다. 영어유치원 비용은, 지방에 살고 있는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비쌌고, 돈이 있다고 다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입학 전에 테스트 같은 것에 통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네 살 다섯 살 아이들을 데려다 놓고 어떤 테스트를 한다는 건지 우리는 대화하면서도 어이없어했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조금 불안해지기는 한다. 여기 지방에서 이렇게 맘 편히 있어도 되는 것인가, 어디 학군 좋은 데로 평수 줄여서 이사라도 가야 하는 것인가. 이미 영어유치원은 나오지 않았으니 벌써부터 우리 아이는 낙오된 것인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이미 지방에, 그것도 변두리에 살고 있고 동네가 마음에 들어 별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고효율 저비용의, 가성비 좋은 교육을 할 뿐이다. 책을 읽히는 것. 아직은 초등학교 1학년이기 때문에 이게 어떤 효과로 나올지는 모르지만, 이과 출신의 국어 교사로서, 우리 아이가 독서의 덕을 톡톡히 보리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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