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에 대한 치료제(가장 효과가 좋다는 자극제)의 반응률은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할 때 70% 정도로 수렴이 됩니다
10명 중 3명은 치료제에 반응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뜻이지요.
무려 1/3 정도의 비율인데 여기에 해당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치성 ADHD의 치료' 세션을 듣고 요약한 내용을 토대로 소개드립니다.
강의를 맡은 분은 사뮤엘 코르테스라는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 소아청소년 정신과 교수를 맡고 ADHD에 관한 셀 수 없는 논문을 발표한 분입니다.
먼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원인을 알아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지요.
강의에서는 첫째로,
약 용량을 충분히 사용했는지, 약을 필요한 시간에 복용한 것인지, 약의 효과가 하루 중 일정 시간대에만 나타나는 문제인지, 혹시 약 농도가 떨어지는 시간대에 증상이 악화된 것이 원인인지 등을 살펴보고 이에 맞게 용량과 복용 시간 또는 약제 종류(중기-장기 작용) 조절하는 것이죠.
다른 글에서 자주 언급했듯이, 여느 우울증 약 대부분은 일정기간(2~6주) 꾸준히 복용하기만 하면 종일 비슷한 효과를 유지하는 것에 비해 ADHD 치료제는 진통제와 같이 복용한 후 일정 시간 동안만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 효과의 일중 변동성이 높습니다.
정작 다른 사람 말을 자르고 끼어드는 것으로 인해 관계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 목표인 분에게 일할 때 딴 생각 안하고 집중하는 것만 해결해달라는 요청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약의 효과가 있는 듯 하면서도 문제가 반복되어 치료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죠.
이 경우, 동반된 질환의 증상을 함께 치료해야 합니다. 동반된 질환의 증상이 심하면 ADHD치료제가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동반된 질환의 증상을 먼저 안정화시켜야 합니다.
최근 ADHD 관련하여 꾸준한 감정기복과 과민함도 주 증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점점 누적되고 있습니다. 다수에서(80~90%) 주요 우울증이나 조울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의 생활에서 예민함과 감정기복이 꾸준히 깔려있다는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이런 정서 조절 문제에 대해 ADHD 치료제(자극제+비자극제)의 효과가 떨어집니다.
이 경우, 2차 치료제인 구안파신(상품-인튜니브)이나 클로니딘(상품-캡베이) 등으로 교체 혹은 추가하여 치료해 볼 수 있습니다.하지만 정서 조절 문제에 대해 2차 치료제 또한 반응이 그리 좋지는 않으며 1차 치료제와 함께 사용할 경우 부작용으로 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 북미나 국내에서는 감정 기복이나 충동성에 도움이 되는 항우울제를 병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항정신병치료제 종류에 들어가지만 최근 수년은 우울증에 더 빈번하게 사용되는 아리피프라졸 또한 경험적으로 사용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편, (제가 번역을 위해 접촉 중인) 산드라 쿠이 박사님의 저서에서는
ADHD에서 불안 증상을 동반한 경우가 매우 많은데 ADHD치료제가 불안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치료제에 반응이 없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니 먼저 불안, 초조를 충분히 안정화시킨 후 자극제 등의 치료제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자극제가 불안을 가라앉힐 수도 있어서 어떤 원인에 의한 불안인지 확인이 필요)
마지막으로 너무 당연해서 강의에서 언급이 안 되었는지도 모르는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원인입니다. 원인에 대해 대처를 할 수 있는 뚜렷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건, 바로바로..
대개 ADHD를 진단받는 분들의 대다수가 수면 문제가 동반되어 있습니다. 잠을 충분히 못 자면 자극제 효과는 현저히 떨어지고 초조 등의 부작용에 더 취약해집니다. 잠을 일정 시간 자고 있더라도 일정한 시간에 취하는 수면이 아니라면 자극제를 복용한 후 수면이 더 들쑥날쑥 해지고 수면의 질도 떨어집니다.
그래서 오늘의 요지는,
치료제가 효과가 없어서 실망할 때, 담당 선생님에게 '이 약으로 바꾸어주세요' 하실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수면 안정화를 잘 실천하고 시간대에 따른 약의 효과나 동반된 다른 증상을 메모해서 치료자에게 충분히 정보를 건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 학술회의를 시리즈로 연재하니 지루하실 것 같은 우려가..
그래서!! 아니 이를 빌미로? TMI를 말씀드리자면,
제가 이번에 프라하에 간 이유는 이런 강의보다도 산드라 쿠이 (성인 ADHD 선구자이자 진단기준 DIVA를 만들고 보급한 분) 박사님을 만나서 저서를 번역하고 싶다고 어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교수님과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었지만, 강의 후 책 번역 관련 문의를 드리고 사인을 받으려 책을 펼치려는 사이, 미국인으로 보이는 20대? 여성분이 선수치고 저한테 핸드폰을 주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저는 사진만 찍어주고 다른 질문자들 눈치가 보여 쓸쓸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번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님들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 될 영광이 생겼는데 교수님 저서를 번역하기 위해 메신저로 소통하던 중 당신의 ADHD 교육 플랫폼을 소개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여기에도 남깁니다.
너무 훌륭한 내용의 영상 컨텐츠가 '영어!'로 업로드 되어있습니다. 가입해보니 영상 하나 하나 내용이 정말 좋습니다. 다만, 1년간 이용료가 제법 비싸긴 합니다. ^^;;
https://www.adhdpowerbank.com/
P.S 미리 떠벌렸지만 혹시나 민망한 일이 생길까봐요. 글로벌 메이저 출판사 Springer와의 협의나 책 가격 책정 과정에서 불발될 수도 있습니다. 전문서라 비싸서 번역서도 넘 비싸게 책정되면 국내 출판사가 손해보지 않을 인쇄 최소 수량을 제가 매입해야 출간될 수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