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 ADHD 이야기
이번 시간에는 치료제 사용 중에 예상과 다르게 효과가 나타나서 당황하는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보겠습니다.
중추신경자극제는 약의 원리상 거의 대부분 식욕을 떨어뜨리는 효과로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치료 중 체중이 늘어서 걱정하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중추신경자극제는 약물 특성상 약이 작용하는 동안에만 효과가 나타나다 보니 효과가 사라지는 야간에는 식욕이 회복됩니다.
만약 주간에 식욕이 없다고 식사를 안 하게 되면 보상작용으로 야간에 식욕이 폭발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그렇다고 식욕을 늦은 시간까지 줄이기 위해 약을 늘리다가는 잠을 못 자는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증량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일정량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치료제가 내 적정 용량에 비해 과량일 가능성을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과량일 경우 두근거림, 초조감, 자극 과민 등으로 인해 집중이 더 곤란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둘째, 잠을 충분히 자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치료를 시작하고 수면이 부족해지거나 질이 떨어지면서 점차 집중력이 감소한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셋째, 약의 작용시간이 자신의 필요에 비해 짧아서 효과가 일찍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용량을 증량하거나 작용 시간이 긴 약으로 교체할 팔요가 있습니다.
주의력 저하가 있는 분들께서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나 작업을 하는 습관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다른 자극에 의해 쉽게 주의가 흐트러지기 때문에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 백색 소음 효과와 같이 다른 자극의 영향을 받지 않다 보니 생긴 습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투약을 시작하면서 온전히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음악을 듣는 것이 방해된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간혹, 본인의 적정 용량에 비해 과량일 경우 청각 자극이 너무 과민해지면서 불편하게 느낄 가능성도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의 가능성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부산한 행동이 많고 사회적인 상황에서 기분이 들뜨고 감정 표현과 제스처의 범주가 큰 사람은 투약한 후에 너무 차분하게 보이기 때문에 사람이 너무 기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을 재밌게 하고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종종 이런 이유로 이성 친구나 절친이 걱정하면서 투약을 중단하기를 권하기도 합니다. 이 이슈는 나중에 자세히 다루어보겠습니다.
둘째, 지난 시간 설명드린 바와 같이 용량이 본인의 적정용량에 비해 과량일 경우에도 기운이 없고 쳐지는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소아를 치료할 때 학교에서 이런 피드백을 자주 듣게 됩니다. 외국 문헌에서는 이를 좀비 효과라고 명칭 하기도 합니다. 용량을 줄이면서 적정 용량을 찾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본인에 맞는 적정 치료용량을 통해 주간에 집중력 있고 활기차게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잠을 잘 자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치료와 함께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할 필요가 생기면서 수면 리듬이 회복이 되는 영향도 있겠습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상황이네요.
다음 시간에는 나에게 맞는 적정 용량은? 이라는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