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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니버스 Apr 28. 2024

기술사를 하려면 돈이 얼마나들까

가성비를 따지는 그대들에게


기술사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대부분이 짧게는 한달, 길게는 1년도 넘게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

그도 그럴것이 기술사라는 긴 여정이 될 수 있는 시험공부를 선뜻 하겠다고 마음 먹기란 정말 쉽지 않다.

나도 몇번의 고민과 많은 정보를 탐독하고 나서야 기술사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내가 기술사 공부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으려는 그 시기에는 기술사에 대한 정보가 많지는 않았다.

왜 그런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반드시 나중에 기술사가 되고 난 이후에는 기술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한번 써봐야 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합격을 하고 나니 왜 그렇게 합격 수기들이 많이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듯 하다.

 

기술사를 위해 필요한 경비는 도대체 얼마나 들까.


경비 중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비용은 역시 학원비다.

일각에서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독학을 하면 비용을 아끼지 않겠는가라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 시험이 있고 그렇지 않은 시험이 있다.

기술사 중에서도 정보처리와 관련된 기술사는 특히 무조건 학원을 다녀야 한다. 학원을 왜 다녀야 하는지는 아마 다시 한번 언급을 할 기회가 오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들은 아래와 같다.

먼저, 전체 시험 범위에 대한 광범위한 토픽들에 대해서 짧은 시간 내에 훑어보고 요약해 낼 수 있는 자료와 강의가 제공된다.

물론, 공부는 본인이 해서 소화를 시켜야 하는 것이겠지만, 어디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막막한 대부분의 수험생에게는 학원이 필수다

그리고, 기술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직장인이다보니 이런 자료를 찾아내서 공부하기란 쉽지 않다.

두번째로는, 실전과 같은 공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독학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실전에 강해 질 수 있다. 매주, 매월마다 자체적인 평가를 치러서 자신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독학하면서 혹여나 생겨날 수 있는 자만심을 꾹꾹 눌러줄 수 있다.

세번째로는, 경쟁자이면서 러닝메이트인 수험생동료들이 생긴다. 시험을 같이 준비하면서 동거동락을 하는 동료들은 서로 응원도 하지만, 서로 견제하면서 공부해야 하는 관계다.

어차피 내가 붙어야 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이것보다 훨씬 많은 이유는 있지만, 학원에 대한 내용은 이정도로 갈무리를 하고자 한다.

경비 중 대부분인 학원비는  한 차례를 통해서만 커버될 수 있는 비용은 아니다.

다시 말해, 학원비는 내가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계속해서 내야 하는 비용이다.

한번에 합격을 한다면 학원비는 한번만 지불하고 끝나겠지만, 불합격 후 다시 학원에 다녀야 하는 경우라면 끝없이 학원비가 필요하다.

여기에 기초단계부터 심화단계까지 수험생의 수준에 맞는 단계별 코스를 밟는다면,

나는 다행히 기초반에서 심화반으로 각 한번만으로 시험을 끝냈기 때문에, 기초반 1회, 심화반 1회의 학원비만 지불하게 되었다.

결국, 단기 합격이 나의 비용을 절감하고, 가족에게 부담을 덜 주는 길이 되는 건, 시험을 준비하는 가정이라면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두번째 큰 비용은 교통비다.

교통비는 출퇴근에 사용되는 교통비가 아닌, 주말에 학원에 가야 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비용이다.

학원은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학원에 다녀야 하는 경우는 많은 교통비가 들어간다.

생각보다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다닐 때에는 대전 이남으로는 내가 유일하게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이었다.

서울에 계신 분들의 경우는 그다지 큰 비용이 아닐 것 같다. 이래서 정말 서울에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

사는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히나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다면 KTX를 타더라도 시간의 선택지가 많지 않아 힘들다.

일반석 기준 1회에 왕복 108,000원, 특실의 경우 14만원을 훌쩍 넘어가는데 이마저도 좌석이 잘 없는 경우가 많아 힘든 적이 많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 기차를 타고 8시에 서울에 도착해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학원에 들어가 아침부터 모의고사를 치른다.

공부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가는 내내 시험 공부를 같이 해야 하고, 학원에서의 시험 성적도 매번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50주를 한다면 과연 그 비용은 얼마나 될까? 그냥 간단히 곱해 보더라도 500만원이 넘어간다.

1년만 한다면 50주겠지만, 2년을 하게 된다면 아마 지방에서 계속해서 다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6개월만에 끝났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1000만원은 기본으로 들어갔을 것 같다.


1년에 500만원의 교통비, 200만원이 훌쩍 넘는 학원비를 감당하면서까지 기술사를 따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700만원으로만 본다면, 그 700만원은 어쩌면 인센티브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주식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일부의 수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부담되지 않는 금액이다.

그렇지 않고, 그저 월급만으로 생활하는 가장의 경우라면, 1년에 700만원? (사실 더 많은 금액이겠지만)이 정말이지 작은 액수의 돈이 아니다.

대학교의 한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돈을 40대의 가장이 학원으로 써버린다는 건 가족의 지지가 없다면 불가능할 것임은 분명하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대부분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1000만원을 주고 기술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라고’

나도 사실 그랬다. 돈 이상의 가치가 있기도 하겠지만, 기술사로 1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벌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번째는 문구와 식비다.

기술사 시험은 쓰기 시험이다. 기사 시험의 경우는 그냥 객관식으로 끝나기 때문에, 내가 공부할 책과 연습장만 있으면 외우고 요약할 수 있지만, 기술사는 다르다.

기술사는 총 400분의 시간동안 1교시 10문제, 2교시부터 4교시까지 4문제씩을 모두 손으로 빽빽히 써서 내야 하는 시험이다.

그러다보니, 암기와 이해 이외에 내가 쓸 수 있는 논리력에 글씨체까지 신경써야 하고, 이를 완성시키기 위해 펜과 실전시험 연습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제트스트림 0.7와 1.0 볼펜을 사용했는데, 합격할 때까지 쓴 볼펜의 양은 70자루가 넘었다.

노트의 경우도 시험장에서 쓰는 답안지와 같은 노트를 사용해서, 허리까지 오는 높이까지 노트를 소비했다.

그러다 보니, 문구비도 사실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학원비와 교통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다. 아마도 20만원 선에서 문구를 커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의 경비는 식비다. 주말에 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소비할 수 밖에 없는 경비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어떤 학원에서는 학원비에 식비를 포함해 주기도 한다. 합격할 때까지 모든 식사를 커버할 순 없지만, 대부분의 식비를 커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주말 학원에서 식사를 할 경우는 내가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학원에 방문한 주수를 곱하고, 거기에 커피값까지 한다면

1년만 잡아도 50주 정도라고 해도, 끼니당 15000원이라면, 75만원이다. 적어보이는가? 내 눈에는 절대 적은 금액은 아닌 것 같다.

1년을 꼬박 연금저축에 넣어 환급받고자 하는 세금의 경우도 100만원 수준인데, 조금만 더 쓴다면 이를 훌쩍 넘어설 기세다.

대부분 동료들끼리 같이 식사를 하기 때문에 따로 식사를 하기도 어려운 구조인 경우가 많아 식사비용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머지 비용으로는 시험응시료가 들어가지만, 학원비와 교통비 등에 비하면 세발의 피다.

기술사 시험 응시료는 필기의 경우는 7만원이 조금 안되고, 실기의 경우는 8만원대이다. 이 정도야 합격만 한다면, 언제든지 지불할 의사가 다들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학원비, 교통비에서의 어마어마한 비용에 비하면 한달 커피값 정도가 아니겠는가.




요즘은 가성비를 따지는 이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특히 MZ세대는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본다고 한다.

기술사는 가성비를 따진다면, 당장 가성비에 충족하지 못하는 자격일 수 있다. 일부 기술사의 경우는 당장 가성비가 나올 수 있지만, 역시 취득하기 쉽지 않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기술사와 가성비를 따진다는 건, 이미 기술사를 따려는 마음가짐에서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닌가 조금 조심스럽긴 하다.

내가 가성비를 따지기 위해 기술사에 도전하는 것인지, 그 이상을 보기 위한 것인지를 잘 판단해 보고 도전에 임한다면 앞으로 후회도 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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