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다, 어렵다. 자녀, 자식들과 잘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큰 짐을 덜었다고 한다.
은퇴가 눈앞에 와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즐거울 수 없다. 가정의 편안함이 사실 은퇴생활의 60% 이상은 차지할 것인데, 그 중에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간의 소통과 나름의 수평적인 관계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 딸들이 내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나를 생각해 준다면 너무나 감사하겠지만, 부모는 자식을 놓고 난 뒤에, 말 그대로 놓아주어야 하는 관계가 되었다. 사실 그 관계가 우리나라에서만 늦었던 것이지, 이미 선진국에서는 다 그렇게 생각하고,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었다.
사회생활로 지쳐있는 부모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 자식만큼은 이런 고생을 안시키겠다고...
하지만, 각박한 사회생활, 경제적인 어려움, 빨라지는 은퇴시계, 내몰리는 베이비부머들은 자식에게 경제적인 여유를 줄 수는 있지만 진정한 자유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자식들을 본다.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잘되었으면 하는 바램과는 달리, 오히려 부모보다 어려운 생활을 할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그러다보니, 부모들은 자신의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나보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지금의 고통은 감내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시작된다. 학원을 돌리고, 성적에 집착하고, 원하는 학교에 어떻게든 입학을 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해 가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인다.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라는 어쩔 수 없는 단어를 남발하면서 '너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좋은 포장지를 한껏 덧대고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해간다. 자식들은 알고 있다. 그 말이 맞다는 것을....하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타고난 기질과 머리의 한계를 보곤 한다. 열심히로는 힘들어진다는 것을....
이제 은퇴시기가 되었다. 자식들은 내가 원하는 방향이든, 그렇지 않은 방향이든 이미 그 노선에서 자리를 잡고 달리고 있다. 그렇지 않은 자녀들은 또 어떻게든 방향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은퇴에 있어서 자녀들에게 바라는 것은, 부모에게 해 줄 경제적인 지원이 아니라, 자녀들 자신의 진정한 자립이다. 재정적인 지원을 바래서도 안되고, 그저 자신들이 일어날 수 있는 힘과 경험을 보태주는 것만이 부모의 역할이다.
은퇴할 즈음, 내가 정말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정신적인, 그리고 물질적인 지원을 했는지에 대해 돌아보면 모두가 후회 또는 아쉬움을 토로할 것이다. 자녀는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고, 부모는 부모의 남은 삶을 살아야 한다.
부부가 그렇듯, 부모와 자식들도 서로를 격려하며 도와주는 상생의 관계, 협력의 관계가 된다면, 그렇게까지 다툴 일은 사라질 것임은 분명하다. 기대를 버리고, 진정으로 격려해 주고 바라는 마음, 정말 필요한 시기에 그동안 쌓아온 경제적인 여유를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게 자녀를 위한 길이 아닐까 한다.
부모는 자녀를 놓았고, 잘 놓아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격려해 주고,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을 통해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고 난 뒤 맞이하는 은퇴는 더 없이 행복한 은퇴생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