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기억하는 순간2
아빠가 주인공처럼 나왔다. 나는 흐릿하게 찍혔지만 아빠 얼굴은 또렷하게 나왔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빠랑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야속하게도 내 기억엔 이 장면이 남아있지 않지만. 유치원 아빠 참여수업 날이었나 보다. 30여 년 전에도 그런 걸 했었구나.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기억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마치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어쩜 이리도 기억나는 게 없는 걸까.
이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잘 생겼다. 우리 아빠. 키는 좀 작지만 잘 생겼어. 그랬으니 엄마가 좋다고 반했었겠지. 호리호리하고 멋있었네. 그나저나 난 저 모자 왜 쓴거야."
어릴 때 아빠 닮았다는 말 많이 들었었는데.. 아빠 머리숱 참 많다. 내 머리숱이 아빠를 닮은 거였구나.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사진 속 아빠는 아마도 지금 내 나이 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처음 경험해보는 아빠 참여수업에 적잖이 긴장했을 아빠 모습이 그려진다. 안 그래도 말수 없는 사람이 그날은 더더욱 말이 없었을거다. 그저 소리 없이 웃었을거다. 유난히도 크고 두꺼웠던 아빠 손. 그 손으로 일곱 살 난 딸의 손을 잡고 어색한 몸짓으로 유치원 선생님들이 하란 대로 움직였을 아빠. 긴장한 탓에 땀도 많이 흘렸을거다. 그날 아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진 속 아빠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이 없다.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기억도 나지 않는 그때를 나 혼자 머릿속에 그려본다. 사진 속 아빠는 웃고 있다. 어색하고 긴장됐지만 아마도 아빠는 좋았나 보다. 가슴에 <OOO 아빠> 명찰을 달아본 것도, 내 손 꼭 잡고 함께 한 참여수업도 그저 좋았나 보다. 아빠는 웃고 있다.
그렇게 아빠는 언제나 소리 없이 웃고 있었을지 모른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매 순간순간 웃고 있었을지 모른다. 내가 미워했던 그 시간들 속에서조차 웃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아빠와 많은 추억을 공유하지도, 함께 여행 한 번을 가보지도 못했지만 이렇게 나에게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남아있음에 감사한다. 좋은 마음으로 기억하고자 한다. 이제 그리하리라 사진을 보며 다짐해본다.
나는 지금 사진 속 아빠를 보며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