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달라졌어요
몇 주 만에 찾은 엄마 집은 내가 아는 그 집이 아니었다.
들어서는 현관부터 기존에 쌓여 있던 물건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창가에 축 늘어져 있던 생기 잃은 식물들도 모두 사라졌다. 페트병 속에서 10년을 묵은 매실청 다섯 병도, 세 개나 있었던 욕실 의자도 모두 자취를 감췄다.
"엄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싹 다 갖다 버렸어."
"퇴원한 지 얼마나 됐다고. 혼자서 치웠다고? 며칠 만에 집이 이렇게 바뀔 수가 없는데."
"잠이 안 와서. 새벽에 하나씩 하나씩 정리했어."
병원에 입원해 계신 동안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게 분명했다. 혹시 신변 정리라도 해야 할 말 못 할 이유가 있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 내 손을 끌고 이 방 저 방 달라진 모습을 소개하는 엄마는 어쩐지 조금 들떠 있었다.
엄마는 퇴원 후에 복용하는 약의 부작용으로 불면증에 시달렸고, 두 시간도 자지 못하고 깨는 밤이 계속됐다고 했다. 말똥한 정신으로 누워 있을 수만은 없던 엄마는 몇 날 며칠 새벽마다 여기저기에 박혀 있는 물건을 하나둘씩 꺼냈다. 지우고픈 추억이 담긴 빛바랜 필름 사진을 찢어 버리고, 목 늘어난 양말과 고무줄이 삭은 팬티를 버리고, 코팅이 벗겨져 음식이 자주 눌어붙던 프라이팬을 버렸다. 해 지난 탁상 달력과 잉크 마른 볼펜부터 무릎이 시원찮아 더 이상 탈 수 없는 실내 자전거까지.
"집안에 묵은 짐이 쌓여 있으면 우환이 든대. 들어올 복도 도망가고."
엄마는 병원에서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으로 풍수 인테리어나 정리의 중요성에 관한 영상을 많이 보신 모양이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병으로 인한 충격 때문이든,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삶을 살아가자는 결의 때문이든 '정리'와 '비움'은 좋은 징조였다. 엄마는 곧 괜찮아질 거다.
나는 엄마의 변화가 기쁘고 반가웠다.
마음속에서 어지럽게 부유하던 것들이 공간을 정리하고 나면 차분히 가라앉는다는 걸, 그다음엔 말개진 마음이 드러난다는 걸 나는 알기 때문이다.
잘했어요, 엄마.
힘을 내줘서 고마워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