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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2)

정리, 힘 빼고 아주 조금씩

by 춤몽 Feb 19. 2025


 그 당시 나는 먹고, 자고, 싸는 일도 내 맘대로 못할 만큼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없었다. 산후 우울증까지 겹친 시기에는 수건 한 장 개는 일마저도 맨손으로 벽돌 깨기처럼 버겁게 느껴졌다. 육아를 하면서 나는 기초 정리력과 청소력을 상실했고 내 손이 닿지 않은 새 집은 점점 빛을 잃어갔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엄마의 정리 의지를 한심하게 여겼던 나 자신이여.

 너 자신을 알라.

 너의 한계가 여기까지였음을 똑똑히 기억하라.


 사람마다 자신이 보듬고 가꿀 수 있는 물건 수량에 최대치가 있다는 걸 나는 육아기에 이르러 깨달았다. 신생아를 키우면서 모델 하우스 같은 집을 유지할 수 있는 초능력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에도 열두 번 넘게 희로애락이 널뛰는 그 시기에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면 손 하나 정도는 까딱해야 했다.


 어디서부터 무얼 해야 하나...


 막막한 심정으로 화장실로 가 거울을 들여다봤다. 가슴골이 보일 만큼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거울 속 여자는 형편없는 몰골이다. 산후 탈모 직후라 새로 난 머리칼이 잡초처럼 삐죽빼죽 솟아 있다. 만성 수면 부족은 얼굴에서 윤기와 생기를 거두어 간 지 오래다.

 

 여기저기 물 얼룩이 진 거울을 바라보는 마음에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는다.

 칙칙. 파란 유리 세정제를 거울에 뿌린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자동차 와이퍼처럼 거울 위로 수건이 몇 번 왔다 갔다 하고 나니 기미와 주근깨가 더 선명히 들여다 보인다. 그런데 어쩐지 마음이 개운하다. 내친김에 비누 받침으로 쓰는 극세사 수세미에 샴푸 한 방울을 짜서 세면대를 닦고, 치약을 조금 묻혀 수전을 닦는다.


 1분도 안 걸리는 수고로 거울과 세면대가 반짝 빛난다. 그 앞에 서 있자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얼른 눈곱을 떼고 머리를 빗는다. 오랜만에 얼굴에 영양크림을 듬뿍 덜어 바른다. 티 없이 맑은 거울에 비친 여자의 볼이 반지르르하다. 트고 갈라진 입술에 립글로스를 발라 생기 한 방울 채운다. 1분 욕실 터치로 안개가 걷힌다. 딸깍,  마음은 고속 충전 모드로 전환된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아, 알았다.

 지금과 같은 에너지 고갈 상태에서는 최소의 노력으로 즉각적인 성취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구나.


 그날 난 거울 앞에서 머리칼을 하나로 바짝 끌어올려 묶으며 이렇게 다짐했다.


 '포기할 건 포기하고, 내려놓을 건 내려놓자. 손길 한 번 스치듯 지나가도 좋으니 매일 한 곳씩만 매만지자. 공간도, 몸도, 마음도.  빼고 아주 조금씩.'


 세면대를 닦을 때 샴푸나 폼클렌징을 이용하면 표면에 찌든 기름때와 피지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부드러운 수세미에 샴푸 또는 폼클렌징을 약간 짜서 물을 묻히고 구석구석 닦아요. 그다음 미끄러움이 남지 않게 따뜻한 물로 충분히 헹궈요. 맨손으로 청소해도 피부가 상하지 않고 청소 후에 좋은 향이 날 거예요.
 이 방법은 가벼운 청소 방법으로는 좋지만 세정력이 강하지 않아 물때, 곰팡이, 미네랄 얼룩 제거에는 한계가 있으니, 오염도가 심한 상태라면 욕실 전용 세정제를 사용하시길 권장합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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