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안도에 배달 음식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있었을 것이다. 중식이나 옛날 치킨 전단을 본 것도 같다. 한 번도 시켜본 적 없어서 거기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대신 농협에서 파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기억한다.
동남아의 향신료가 꽤 많았던 것 같다. 규모가 작은 것 치고는 라임이나 레몬 같은 과일도 종종 보였다. 아마 바다 건너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호기심이 동해서 몇 번 구매해 봤지만,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다.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부어주고 나면 나는 한참이나 그것을 바라봤다. 대부분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사료 씹는 소리를 들으며 몇 시간이고 앉아있던 적이 많다. 가장 저렴한 사료였지만 불평을 들었던 기억은 없다.
오히려 반대였던 것 같기도 하다. 황량한 마당에서 사료를 발견한 고양이들은 한참이나 경계했다. 그리고는 어떻게 이런 횡재가 있을 수 있냐는 듯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먹으면서도 몇 번이나 주위를 살피기 때문에 반쯤은 바닥에 흘렸던 것 같다. 너무 급했던 탓에 그나마 먹은 걸 토해내는 녀석도 있었다.
그때까지도 점심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까지 이어지는 생각을 따라 그림자가 마당에 늘어지고는 했다. 그제야 점심 먹을 마음이 들었다. 그걸 점심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가장 많이 먹었던 것은 아마 달걀 토마토 볶음일 것 같다. 기름을 살짝 두르고 스크램블드에그를 만든 다음 방울토마토를 넣고 볶았다. 때로 그린 빈이나 버섯을 추가할 때도 있었다. 계란을 풀 때 우유를 한 스푼 정도 섞어주면 더 맛있었던 것 같다.
그다음으로는 아마 농협에서 사 온 돼지고기 전지를 많이 먹었던 것 같다. 전지의 활용법은 무궁무진했다. 김치찌개를 끓이거나 카레를 해 먹기 좋았다. 5mm 정도로 포를 떠서 육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 수육도 몇 번 만들었고, 동파육을 시도해본 적도 있다.
여남은 고기 조각은 고양이들 몫이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사는 탓에 아무거나 잘 먹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생고기를 싫어하는 녀석도 있고, 돼지고기 자체를 먹지 않는 녀석도 있었다. 건강이 나빠지면 사료조차 먹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닭고기를 푹 끓여서 자작한 국물로 만들어 먹였다.
해가 진 후에는 뒷방에 앉아 밤을 보냈다. 대부분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었다. 간신히 몇 문장 적어놓고 숨을 몰아쉬었던 적도 있다. 그러다가 밖에 나오면 밤하늘이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항상 북극성을 찾아보다가 끝내 포기하고는 했다. 찾아내고 나면 그 시간이 끝나버릴 것 같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영원히 흐를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너무 빨라서 광속으로 우주를 헤엄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밤을 보낸 다음 날 중 몇몇 하루는 장을 보러 농협에 갔다. 고개를 넘어 40분 정도 걷는 길은 인적이 드물었다. 부드러운 바람과 흔들리는 꽃들이 그 길의 거의 전부였다. 나는 주로 나미의 ‘슬픈 인연’을 흥얼거리며 걸어갔다.
처음 소안도에 갔을 때 가져간 가방을 꽉 채우고도 양손 가득 장을 봤다. 무거워서 중간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잠시 쉴 때가 많았다. 멀리 바다가 햇빛을 머금고 있었다. 전날 봤던 별빛처럼 보였다. 처음 보는 검은색 고양이 한 마리가 느긋하게 오솔길을 거닐었다. 삶이 반짝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