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학원 좀 늦어도 돼요'
사람이 너무 좋은 검은 고양이. 오늘은 학생 옆에 자리를 잡았다. 먹을 것을 달라고 눈을 맞추거나 두들겨 달라고 엉덩이를 들지 않는다. 그냥 옆에 있어 달라고만 하는 듯이 꼬리를 들고 학생 주위를 돌았고, 학생은 가방을 내려놓고 바닥에 앉았다.
검은 고양이는 엉덩이를 학생에게 붙이고 앉아서 졸기 시작했다. 나도 그 옆에 앉아서 둘을 지켜봤다. 뒷모습은 찍어도 되는지 묻는 나에게 학생은 괜찮다고 했다. 얼굴만 안 나오면 된다고. 몸을 맞대고 앉은 둘은 별일을 하지 않았다.
학생은 가끔 고양이를 쓰다듬었고, 잠이 들어버린 고양이는 셔터 소리에 눈을 떴다 감았다 뜨곤 했다. 그렇게 20여 분. 우리들 앞으로 그리고 옆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우리 셋의 시간은 멈춘 것 같이 평온했다.
나도 사진기를 가방에 넣고 둘이 지켜보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평화라는 것이 있다면 이 순간이 아닐까 싶었고, 고양이가 주는 마술 같은 위로의 순간이 이때가 아닌가 싶었다.
아버지에게 걸려 온 전화 때문에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생에게 물었다. 학원 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일이 있어 늦게 간다고 학원샘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고양이에게 줄 간식을 학생에게 건네면서 고양이와 헤어질 때 주면 좋을 거라고 했다.
여전히 고양이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고양이도 좋은 사람을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간혹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 시간을 즐기는 것 같다. 큰 것을 바라지 않고. 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
자주 보고 싶은 광경이지만, 기록으로 남기고 알려야 할 만큼 드문 일이라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분명히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만드는 세상은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길에서태어났지만우리의이웃입니다
#모두늙어서죽었으면좋겠다
#미래를바꾸고싶으면아이들이바꾸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