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입원 2일과 3일째, 수액 투입과 24시간 소변 모으기
7월 20일 AM7시 30분경, 담당 교수님이 회진 차 들렸다.
마스크로 가렸어도 상냥한 미소를 가득 담고 오니, 더 반갑다.
내 병명은 '고 알도스테론 증' 맞고, 어젯밤(19일)에 촬영한 CT 촬영의 정확한 판독은 5일 정도 걸린단다.
일단, 주치의 허지혜 교수님 관찰 소견으론 왼쪽 부신 위에 2cm 크기의 혹이 있단다.
아무래도 내 상황이 약물치료보단 수술 쪽으로 기운다.
복잡해지려는 마음 접어두고, 휴게실을 한 바퀴 돌고 온다.
어젯밤 12시부터 금식, 오늘 AM 8시 수액 2팩을 혈관으로 투입하기 시작했다.
4시간 동안 움직일 수 없다니 더 돌아다니고 싶다. 이도 놀부 심보일까!
수액을 꼽기 전, 오른쪽 팔에서 혈액을 채취한다.
PM 12시까지 4시간 동안 병상에서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을 견디려니 내 신세가 마냥 서글프다.
수액을 다 투입하고 나니, 이번엔 왼쪽 팔에서 혈액을 다시 채취한다.
수액 투입 전후, 몸의 변화를 찾는단다
수액이 끝나자마자 점심 식사 시간이다.
2번째 혈액 뽑아 간 곳을 꼭 누르며, 잠시 그대로 누워있었다.
배가 고프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결국 지친 몸을 일으켜 밥을 먹는다. 아침을 굶은 탓인지, 맛있게 먹었다. 아픈 건 아픈 것이고, 먹는 건 먹는 것이로구나.
소화기관이 잘 돌아가 주는 걸 감사해야 하려나!
점심 식사 후, 4층 물레방아 공원과 키즈 공원을 찾았다.
크지 않은 공원은 무더워서인지 찾는 이가 거의 없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 덮여있어 더위는 참을 만했다.
오히려 실외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전환된다.
키즈 공원 아이들과 어울려 잠시 시름을 잊는다. 키즈 공원 분위기가 정겹다.
공원 아이들은 모두 서양인 외모다. 우리나라 아이들이었음 더 좋겠다.
오늘 오후엔 소변 모으는 일만 빼곤 특별히 신경 쓸 검사는 없다.
커다란 주삿바늘 구멍을 달고 있는 오른쪽 손은 계속 불편하고 적응이 쉽지 않다.
약도 아침저녁만 복용 중이니, 병원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며 기웃거렸다.
지금은 회색빛 구름 한가득 드리워진 창을 마주하고 병원 휴게실에 앉았다.
창에 내려진 방충망 사이로 밖 세상과 마주한다. 창밖으론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만 같다.
나는 방충망 속 수백 개 프레임에 갇혀있는 초록빛 세상을 마주하며 설레기도 하고 마음 편해지기도 한다. 내가 회색 건물에 갇혀 있단 생각을 이젠 바꿔서 받아들이기로 한다.
내가 다가가지 않는다면, 저 짙푸른 초록빛 세상도 내게로 한 발자국도 다가오지 못한다.
마냥 커 보이는 초록숲 존재 가치가 병든 내 가치보다 더 크지 않다.
모두 소중하고 함께 살아있다.
초록빛 녹음도, 누렇게 뜬 내 모습도 유한한 생명체다.
세상에서 존재하는 시간이 길거나 짧다는 비교는 필요 없다.
나는 그냥 초록빛 네가 좋다. 창을 열고 너를 부른다.
너는 텁텁한 한 여름 바람에 실려와 수백 개 4각 프레임 창을 넘어와, 내 목과 얼굴을 어루만져 준다.
7월 햇살이 얼마나 강렬한지 잔뜩 드리워진 구름 사이로도 슬며시 눈이 부신 날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간호사가 흰색 호르몬제 두 알을 가져다주면서 PM10시에 먹고, 다시 내일 아침 8시까지 금식하란다. 한밤중이니 물만 먹지 않으면 된다.
내일 아침에 혈액 채취를 한 번 더 한다는 데, 흰색 알약 먹은 후 변화를 관찰하는 것 같다.
PM 9시 간호사는 정확히 24시간 알뜰살뜰(?) 모은 나의 소변통을 회수해 갔다.
소변 검사가 꽤 복잡한가 보다. 결과도 1주일 후에 나온다고.
그래서 일단 내일 퇴원이다.
8일 후인 29일 오후, 외래진료로 담당 주치의를 다시 만날 예정이다.
다른 이들 아침 식사 시간을 조금 비켜나, 나는 정각 8시에 피를 뽑고 나서 밥을 먹는다.
1차 입원, 2박 3일간 3끼의 병원 밥을 먹었는데, 사진은 한 장도 없다.
일단 찍어두고 기록으로 남기는 내 습관도 피로와 무기력감 앞에선 그냥 무너져 내렸다.
오늘 퇴원하는 날이지만, 신나진 않다. 다시 입원해야 하니.
9시 전후, 담당 주치의 허 교수님 회진이다.
내 말을 잘 들어주고, 고 알도스테론에 관한 앞으로 검사 과정도 자세하게 설명해 주니 만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왼쪽 부신 위 2cm 혹이 있는데, 악성은 아니다.
정확한 알도스테론이 분비 과다 정도와 소변검사 결과는 1주일 후 확인. 29일 혈액검사와 외래진료가 예정되어 있다.
부신에는 코티졸(스테로이드 호르몬), 알도스테론과 메타 애플(혈압 상승)이 있다.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은 부신 피질에서 알도스테론이 과잉 생성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고혈압, 손발 저림, 근무력증 등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혹이 있는 왼쪽 부신에서 4배 이상의 알도스테론이 분비될 경우 오른쪽 부신은 정상이라는 것으로 들었다.
알도스테론이 왼쪽 부신에서 많이 분비되는 것을 확인해야 수술할 수 있다.
수술은 4시간 정도 걸리는 전신마취 내시경 복강경 수술이고, 입원은 4박 5일 정도라고.
오늘(21일)은 수요일, 남편은 평소처럼 출장 중이다. PM 12시 조금 넘은 시간, 아들이 휴가를 내고 병원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가족들 일상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 내가 고 알도스테론 환자가 되었다는 것 외엔.
진행 중인 병은 어쩔 수 없으나, 집으로 돌아오니 마음은 편하다.
피로감과 무기력증을 잘 관리하면서 지내야지, 다짐한다.
아들은 다음 주부터 휴가다. 친구와 함께 부산행 여행길에 오른다니, 걱정 말고 잘 다녀오라고 했다.
항상 혼자 있었던 걸 뭐! 아직 수술을 한 것도 아니니, 벌써 가족들이 내 보호자 노릇까지 할 필욘 없다.
남편 묵은 8월 첫 주엔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하니, 마음 한편이 든든하다.
다들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줬으면 좋겠다.
손녀 꾸미는 영상통화로만 만났지만, 직접 보고 싶다.
나도 나름 고 알도스테론증을 잘 관리해 가면서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갖겠다.
관리한대야 약 먹고, 산책하는 정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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