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따뜻한 감자치즈오믈렛이 맛있는, '뱅센느'

맛집 │ 뱅센느

by 이재이

세련되고 정교한 느낌없이 투박한데 왠지 모르게 더 정이가는 것들이 있다. 내게는 브런치 카페 '뱅센느'가 그런 곳이다. 연희동엔 브런치 맛집이 많은데 나는 왜이렇게 가본 곳이 없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주로 브런치를 집에서 만들어 먹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나도 가끔 남이 만들어 주는 브런치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찾는 곳, 뱅센느. 이곳의 오믈렛은 어느 일요일 오후 엄마 대신 아빠가 만들어 준 늦은 점심같다.


연희동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치는 풍경이 나를 '동네'에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하늘색 페인트로 칠한, 입구에 말 인형이 놓여있는 뱅센느를 지날 때 나는 특히 이런 익숙함을 느끼곤 한다. 세월이 흐르며 생겨나는 상처와 흔적들을 굳이 덮어버리지 않은 채 그대로 안고 있는 곳.


화려한 간판도 없고 요즘식 브런치 카페가 갖춘 세련된 디테일도 없지만, 그래서 더 포근하고 진짜 동네 카페같다. 마치 연희동이란 동네가 오래도록 간직해온 따뜻한 온도 같은 것.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아, 여긴 오늘도 그대로구나” 하는 안도감이 스민다.

나무테이블의 인테리어가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이재이

나는 이 집의 감자치즈오믈렛을 유난히 좋아한다. 접시 위에 올려진 오믈렛은 어디 하나 정교함을 뽐내지 않는다. 대신 다소 투박한 생김새 그대로, 속에 듬뿍 들어찬 감자와 치즈의 존재감을 숨기지 않는다. 포크를 살짝 넣으면 뜨끈한 김과 함께 버터향을 품은 부드러운 감자가 얼굴을 내민다.


겉보기엔 별 거 없이 소박한데 한입 먹으면 예상보다 훨씬 묵직한 포만감이 찾아온다. 요즘의 정교한 브런치와는 또 다른, 집밥과 외식의 경계 어딘가에 놓인 따뜻함. 허세 없이 솔직한 맛이라 더 정감이 간다.


뱅센느에는 오래된 단골들이 많다. 딱히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익숙한 손짓으로 커피를 주문하는 모습, 메뉴를 오래 고르지 않는 습관, 서로에게 건네는 담담한 인사.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공간의 공기를 바꾸어 놓는다. 나는 그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온다는 건 생각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 동네의 시간은 이렇게 사람과 공간이 함께 쌓아가는 것이라는 걸, 뱅센느를 갈 때마다 새삼 느낀다.


칼로 잘라보면 안에 버터향 솔솔 나는 감자가 가득 들어 있다. 취향껏 하인즈의 케첩과 머스타드를 뿌려 먹는다. / 이재이


세련됨보다는 꾸밈없는 온기가 먼저 느껴지는 곳. 요리의 모양보다 재료의 정직함이 더 인상적인 집. 그 단단한 정직함이 오래된 공간의 향기와 함께 조용히 배어든다. 요즘 브런치 카페들에서는 보기 힘든 ‘투박함의 매력’이 이곳에는 살아 있다. 그 투박함이야말로 뱅센느의 가장 큰 개성이다. 있어 보이려 하지 않아도, 오래오래 사람을 불러들이고 붙잡아두는 고유의 방식.


그래서 나는 종종 뱅센느를 찾는다. 과하게 꾸민 화려한 메뉴가 아니라, 깊고 편안한 맛이 생각날 때. 단골들의 조용한 대화를 배경음 삼아 들으며 천천히 식사를 하고 싶을 때. 똑같이 다시 돌아와 줄 것만 같은 공간에 잠시 몸을 기대고 싶을 때. 따뜻한 감자치즈오믈렛을 한입 베어 물면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이곳. 연희동에서 오래도록 제자리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가만히 속으로 중얼거린다.



연희로운 생활 1편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brunchbook/yeonhuiful-life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