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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표류자 Aug 31. 2023

나무를 눈에 담는 여유

[1주차] 2023년 3월 6일

집을 나설 때면 늘 어디론가 향하기 바빠 나무가 있는 곳으로는 잘 가지 않았다. 집 앞 놀이터와 정원을 거쳐가는 대신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그러나 풍경이 없는 주차장을 택했다.


내가 사는 이곳은 봄에는 벚나무가, 가을에는 단풍나무가 아파트 사이로 환하게 길을 비추는 동네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풍경을 두고도, 늘 벚꽃과 단풍이 지고 나서야 뒤늦게 그들을 만나지 못했음을 아쉬워하곤 했다.


단풍에도 꽃이 핀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아직은 여린 잔가지로 마지막 추위를 버텨내고 있는 이 나무가, 마침내 꽃을 피워낼 그날을 눈에 담고 싶어졌다. 이번 학기가 내게 '나무를 눈에 담는 여유를 배운 시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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