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 Nov 15. 2023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그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을 살아간다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다 헤지 못하는 무수한 넘어짐에도, 삶은 어떻게든 날 다시 일으켜 살아가게 한다. 넘어짐에 익숙해질 때까지, 넘어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마음을 가질 때까지. 삶은 부지런히도 제 일을 해낸다.


모두들 나처럼 살아가는 걸까. 삶이란 이런 걸까. 그러면 삶은 영원히 쓰이는 글일까. 잃었다 되찾았다, 지웠다 썼다를 영원히 되풀이하는. 내가 여기에 계속 살아가고 있어요, 존재의 흔적을 끝없이 세상에 남기면서.


정말이지 삶은 우리에게 쉽게 끝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이제는 정말 끝이라고 생각할 때조차 결코 끝은 오지 않더라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 사실 삶은 가끔 아름답고 대체로 아프다. 그러나 아픔으로 가득찬 삶도 가끔은 아름답기에, 우리는 삶을 결코 놓지 못한다. 소박하고 사소한 아름다움의 순간들은 삶을 포장하고, 그렇게 삶은 점점 살 만한 것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지.


그러니 슬픔뿐인 삶은 없는 것 같다, 아니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슬픔뿐인 삶을 살다 간 사람이 있다면. 죽지 못해 살아가던 누군가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삶을 끝내는 순간, 그 잠깐의 순간에 신이 방심하여 그 자에게 미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마지막 순간에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떠난 사람들은 분명 세상에 남아 우리 곁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살아가다가 삶이 절망뿐이라 느끼는 순간, 그들은 우리에게 찾아와 아름다운 순간들을 선물한다. 그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우리를 삶으로 슬며시 밀어준다. 어떤 삶이든 좋으니, 그냥 계속 살아가라며 어깨를 토닥인다. 사는 것은 죽는 것보다 쉽다고, 인간은 죽지 않고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존재라고.


그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을 살아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