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 변질되어 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 박상영,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82쪽
사랑에 대해 생각하기만 하면 가없는 비관에 빠지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 같은 것은 없다는 믿음만이 내게 위안을 주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사랑이 없는 세계로 걸어 들어가 마음의 문을 걸어 잠갔다. 스스로를 가두었던 그 시절의 내가 남긴 글을 몇 줄 꺼내어, 나를 다시 마주해본다.
관계 속에 사로잡혀 있을 때, 사랑은 실로 아름다운 것이라 믿지 않을 수 없다. 관계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그 믿음은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은 찰나의 착각으로 변모하고 만다. 가장 아름답다고 믿었던 것은 가장 추한 것이 되어 날 배신한다. 내가 믿고 의지하던 세계는 이제 거기에 없고, 희미한 흔적만이 남는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나는 흐릿하게나마 남아 있는 흔적조차 보기 싫어져서, 그 추한 얼굴들을 하나하나 마주하며 닦아 지운다.
혼자가 되어간다. 미워하는 마음은 남았는데, 미워할 것은 이제 사라지고 어디에도 없다. 대상 없는 증오로 가득차버린 나는 언제나 그랬듯 홀로 남겨진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혼자였는데, 그땐 왜 혼자가 아니라고 믿었는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임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그런 실수는 저지르지 않을 수도 있었을는지. 그러니 혼자인 것이 낫다고, 혼자인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그렇게 단념해버리는 편이 낫다. 다시 또 혼자가 되기는 무서우니까, 미워할 사람도 없이 미워하기는 싫으니까.
사랑하는 것보다는 사랑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현명한 일이다. 사랑에 실패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마음을 두드리는 새로운 감정을 부정하려 애쓸 것이다. 이 마음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이번에는 약에 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말이다. 설령 사랑의 쓴 맛을 본 후에도 자신이 정말 사랑했고 사랑받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직 실패하지 않았거나 제대로 사랑해 본 적 없는 사람일 것이다. 그럼에도 아픔에 무뎌질 만큼 아름다운 순간을 만나면 다시 바보처럼 사랑이 아닌 그것에 속아 넘어갈 나를,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사랑’이라는 공허한 단어는, 어쩌면 스스로가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한 것일지 모르겠다.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건 단지 이성의 부재가 불러온 환상일까. 사랑이 무엇인지,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나는 매일같이 내게 묻지만, 오늘도 끝내 답을 얻지 못한다.
- 2020년 어느 여름날, 스물한 살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