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기록하기로 했다.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by 카타

우리의 기억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면 '마음먹었다'라는 의지의 표현은 적절한 선택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내게 일상을 기록하는 것은 특별히 의식적인 일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하고 밥을 먹으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






아빠가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떠난 지 2년째다.

지난 2년은 아빠와의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일상을 오랜 시간 공유한 우리, 함께 한 시간이 긴 만큼 아빠와의 기억이 문득문득 내 생활에 문을 두드렸다.


마트에 들러 장을 볼 때도, 길거리에서 아빠가 몰던 차와 같은 차를 볼 때도 아빠와 함께 나눴던 대화, 함께 갔던 식당, 자주 해 먹던 음식들이 머릿속에 떠다녔다. 함께할 때는 지극히 소소해서 잊고 있었던 기억들까지 '나 사실 여기 있었어'라고, 내 기억 속 깊은 곳에서 오랜 시간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리는 듯했다.






내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세상의 모든 일들은 그 시간들을 함께 한 아빠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아빠와 크고 작은 이견들이 있었지만 아빠가 떠난 후 그것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 되었다. 아빠가 떠나고 나서야 아빠의 세상에 나를 온전히 들여놓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빠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육신을 떠나는 영혼을 부여잡을 수 없듯이 나에게 선명한 이 기억들은 아쉽게도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내가 추억하는 '우리의 일상'이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꺼내놓기 전에는 무형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몹시 아쉬웠다. 기록된다고 이 기억들이 유형의 무언가가 되지는 않겠지만, 사진 속에 남겨진 특별한 날보다 '일상의 추억이 많은'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다.


아쉬움과 후회, 슬픔의 뫼비우스를 반복하는 것보다 그리움을 기록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일테니.

아빠와 함께한, '우리의 그때 그 시간'에는 일상이었던 순간들을 하나씩 기록해보려 한다.






우리가 쌓아 온 시간 속에 존재하는 많은 이야기 중 한 가지 선택해야 한다면 아빠의 애정이 담긴 '식도락 일상'을 꼽을 것이다. 완전체 가족으로 맛있는 음식을 함께 했던 일상의 기억이 지나고 보니 다른 어느 기억보다 더 선명하다.


아빠는 운전을 독학해서 배운 사실에 자부심이 있으셨지만 예민한 성격 탓에 운전하는 것을 썩 즐겨하지 않으셨다. 무단횡단하는 사람들, 신호위반에 막무가내로 끼어들기하는 차들은 상식 밖이었고 아빠는 상식적이지 않은 것들에 매우 비판적인 분이셨으니까. 그런 아빠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근교맛집을 찾는 일상을 오랜 시간 반복하셨다. 아빠는 주말마다 회식이나 동창회 모임에서 발견한 맛집에 우리를 데리고 가고 싶어 하셨다.


"이번 주에는 복수에 있는 소고기 집에 간다."

주말이 오기 전까지 기억에 날 때마다 몇 번씩이나 주말에 갈 소고기집에 대해서 상기시켰던 아버지.

"이번 주에는 어디 간다고?" 하면서 딸들이 기억을 하는지 못하는지 관심도까지 체크하시는 아빠..

간장게장 정식, 북경오리, 꿩 요리, 냉면, 만두 등 메뉴는 다양했다.

"맛있지? 맛있지?" 하면서 맛있게 먹는 우리 모습이 아빠의 행복이었던 날들,

당연히 평소에는 우리가 쉽게 갈 수 없는 최고의 맛집 탐방이었다.

이제는 그리워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다.


언젠가 아빠에게 "아빠는 어디에 돈 쓸 때가 돈 안 아까워?" 물은 적이 있다. 아빠는 먹는 데에 돈 쓰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하셨지. '많이 먹어서 망한 놈은 없다'라고 했던 아버지..


이제는 함께하는 시간을 쌓을 수 없지만 우리는 여전히 맛있고 새로운 음식을 좋아한다. 그리고 새로운 곳, 특이한 곳, 소중한 사람과 함께 가고 싶은 곳에선 가장 먼저 아빠를 떠올리게 된다.



'아빠가 참 좋아했을 텐데'하는 아쉬움과

'아빠와 참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구나'라는 감사함이 늘 공존한다.


아빠! 잘 지내고 있으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