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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잔을 바꿨다.

by 일상여행자


문구, 커피잔 등 생활용품, 가구까지도 갖춰진 집 근처 편집샵에서 커피잔 세트를 샀다. 흰색과 파란색 줄무늬를 기본으로 위, 아래, 가운데 그리고 손잡이에 황금빛이 들어가 있다.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왠지 기분이 좋았다. 편안하면서도 충만한 기쁨의 맛이랄까? 같은 커피 인대도 그동안 검정, 흰색 머그잔에 담아 마시던 느낌과 다르다. 입안에 커피의 풍부한 향이 좀 더 감기는 느낌, 반짝이는 햇살이 있는 풍경을 떠올리게도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내게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세상의 모든 색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를 둘러싼 사물들 각각의 색마다에서 뿜어져 나오는 색들에 내 감정이 이입된다.


내 마음에 여백이 생긴 걸까? 내친김에 색에 대한 감정은 어디서부터 오는지 알고 싶은 궁금증이 생겼다. 색채심리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기쁨의 색, 슬픔의 색, 두려움의 색, 즐거움의 색, 신비로운 색, 친밀 한색, 소란스러운 색 초조함의 색, 우아한 색 , 외로움의 색, 서글픔의 색 등에 이르기까지 색들은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똑깥은 노란색일지라도 어떨 땐 소란스러운 색, 더없이 사랑스러운 색이 되었다가, 어떨 땐 외로움의 색이 된다.

색에 대한 감정은 내 안에 쌓인 경험, 추억, 마음들의 시각적 표현 아닐까?


이러한 나의 주관적인 생각들이 좀 더 논리적으로 가능할까?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키워드를 색 심리학 연구로 입력했다. 색 심리에 대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리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른 색 심리와 함께 각각의 색에 대한 보편적 심리에 대한 사례도 재밌다. 독일의 신경 학자이자 정신과 의사 쿠르트 골드슈타인(Kurt Goldstein)은 ‘색채가 인간이라는 유기체에 총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각각의 색채가 개별적으로 담당하는 역할이 있으며, 건강한 삶을 위해서 색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골드 슈타인은 임상사례 중 하나로 소뇌에 이상이 있는 어떤 부인과 관련하여(...) 그 부인은 걸핏하면 넘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빨간색을 입었을 때는 그런 경향이 시ᅟ김화 되었지만 초록색이나 파란색을 입었을 때는 정반대 되는 효과가 있어서 거의 몸의 균형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색채 심리학 : 디자이너들을 위한 색상 가이드( 2013. 11. 1)

https://www.designlog.org/2512445에 실린 글에서 최근에 끌렸던 찻잔의 주요색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았다.


먼저 파란색

‘파란색은 안정을 주고 인체를 침착하게 하는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

직관력을 도와줍니다’라고 한다. 맞아 내게 꼭 필요한 색이었어. 지금 ‘알 상예 술 ’ 사이‘연구소_<구름>이라는 1인 연구소를 연만큼, 브런치에 초보 작가로서의 첫걸음을 시작한 만큼 침착함, 직관과 함께 통찰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흰색은 어떠할까

흰색은 순수함, 깨끗함, 그리고 중립을 투영한다. 정신의 투명성을 돕는다. 난장판, 장애물 등을 깨끗이 청소하도록 도와준다. 생각이나 행동의 정화를 불러일으킨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


(맞아) 지금 나 새롭게 출발함


본래 과학자들은 베이지색 코트를 입었지만 19세기 말, 의학 전문가들은 흰색을 입게 되었다고 한다. 의사들이 가져다줄 수 있는 치료와 회복에 대한 희망과 기대심리 때문에 하얀색이 선택된 것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황금색은 긍정적인 미래의 약속을 뜻한다고 하니

파란색, 흰색, 황금색이 지금의 나를 위로하고 지금의 나로 살아남게 할 색의 조합임에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 지인 S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로가 공감했던 말이 생각난다.


“예술가들은 대체적으로 왜 검정을 좋아할까?”


“예민하기 때문 아닐까요? 예술가들은 일반적으로 훨씬(...) 열린 감각 때문에 세상의 갖가지 일들에 감당이 안될 수 있잖아요. 다른 것이 들어올 수 없게 차단시키고, 물리치고 싶은 방어본능이랄까요?”


“물론 자기 자신을 감추고 싶은 생각도 포함되는 것 같기도 해”


“작품에 집중하려면 세상과의 단절, 멈춤이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이 말이 맞는 말이 건 그렇지 않든 간에 서로 그럴듯하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럼 검은색에 대해 살펴볼까?

2.png 출처 : https://www.designlog.org/2512445


검정은 권위적이고, 영향력이 있다. 검정은 강렬한 , 지나치면 저항하기 힘든, 감정들을 떠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정은 색의 결핍, 원초적인 빈 공간, 허무함을 대표한다.


· 눈에 띄지 않는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 편안한 공허함을 제공합니다.

· 잠재력과 가능성을 이끌어냄으로써 신비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지금 나는 인생 2막의 길에 서 있다. 작가로서도, 일상예술 크리에이터로서 1인 연구소를 유지하려는 것도 그렇다.


살아남다 라는 문장에 대한 글(작사가 겸 방송인 김이나의 책 <나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 위즈덤하우스)이 내게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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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업계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음향 엔지니어 경력 20년 차 선배에게 물은 적이 있다. 이곳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러자 기대에 비해 초라한 답이 돌아왔다.

“그냥 살아남으면 돼. 그게 다야”

시시하게 그게 뭐야. 영감을 찾아 끊임없이 자유 로우라든지, 어떤 책을 읽어보라든지, 하다못해 자신의 소소한 무용담이라도 들려줄 줄 알았던 나는 맥이 빠졌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그 선배가 살짝 무능해 보이기까지 했다. ‘살아남는다’는 말은 꾸역꾸역 버틴다는 말로 들렸다. ‘꾸역꾸역’이라는 표현을 붙일 만큼 구차하고 초라한 모습이 떠오르는 말이었다. 사람 많은 배에 억지로 몸을 욱여넣고 비루하게 항해를 하는 사람이 상상됙도 했다.

그러나 그 말은 묘하게도, 5년 차, 10년 차가 될 때마다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나는 살아남았고 그러기 위해 많은 것들을 했다. ‘살아남는다’는 말은 단순히 존재 감 없이 그럭저럭 발을 걸치고 있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살아 남아 보며 깨달았다.

(...)

기억하자. 오래 살아남는 시간 속에 잠깐씩 비참하고 볼품없는 순간들은 추한 것이 아니란 걸. 아무도 영원히 근사한 채로 버텨낼 수는 없단 걸


‘나답게’ 살아남아야겠다.

나를 살아남게 할 지금 이 순간에 대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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