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022.03.16.) 올린 브런치 글 일상예술 ‘사이’ 연구소 <구름>을 시작함‘이라는 글을 보고 S작가님이 내게 문자에 이어 전화를 하셨다.
새벽 무렵 먼저 온 문자 내용은 이랬다. <구름>을 <구름 그리고 心>으로 바꿔보면 어떨까?라는 내용이었다. 오늘 아침, 말하자면 좀 더 나중에 이어서 걸려온 전화 내용은 ‘그리고’라는 한글 대신에 문장부호 ‘&’(앤드 기호)를 더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글쎄요 기호로, 의미로 ‘앤드기 호라고로만 생각했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데 지는 그동안 궁금하지 않았네요. 잠깐만요 저 컴퓨터 앞이니까 구글링 해서 찾아볼게요”
“잠깐만요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대요. 음음 앰퍼샌드로 읽으면 되겠어요. 내용 카톡에 공유할게요.”
카톡에 내용 공유하고 나서 적힌 내용을 천천히 읽었다.
앰퍼샌드(ampersand, &, 앤드 기호)는 ‘~와(과)’를 의미하는 기호이다. 영어의 "and"에 해당하는 라틴어의 ‘et’의 합자로, ‘etc.’를 ‘&c.’로 쓰기도 했다. Z 다음에 해당하는 27번째 라틴문자 알파벳으로 여겨졌던 시기도 있다. 또한 AND의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위키백과 참고)
음음 그리고 앤드 기호 모양 유래에 대한 좀 더 자세한 글 이내요.
앰퍼샌드(Ampersand, &)는 기호의 일종이다. 라틴어로 and(그리고)를 의미하는 et를 합자한 것에서 유래했다. Et에서 E를 Ɛ로 썼는데(Ɛt) 두 글자의 획이 서로 붙어서 한 글자처럼 쓰이게 되었고 이후 & 모양으로 정착되었다. 로마 시대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래 27번째 라틴문자로 인정되어 왔고 19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라틴문자에서 제외되고 기호로 취급된다. 이전까지는 A~Z에 더해 &이 들어 있었고, Z 다음 'and per se &(and 그 자체인 &)'라고 부르는 데에서 Ampersand라 이름 지어졌다.(나무 위키 참고)
S작가님이 다시 말했다. “ 그런데 다른 철학적 의미가 있지 않을까? ”
“그러게요. 그럴 수 있겠어요(...) 단순한 기호를 넘어(...) 상징적 의미가 있을 수 있겠잖아요.(...) 좀 더 살펴봐야겠어요”
“연구소의 역할을 설명하는 ‘일상과 예술 ’ 사이‘라는 문장이 <구름>과 함께 여야 하는데 구름에 또 다른 말을 더하면 너무 길어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연구소 역할 중의 하나로 다른 어떤 프로젝트에 적용하여 사용토록 하지요”
아무튼 새롭게 시작하려는 나의 연구소 <구름>에 대한 관심과 애정 가득 전해졌다.
점심 약속이 있어서 전화를 마무리했다.
혼밥 하기 좋은 식당 같아서 “가봐야지”했던 곳인데 만나서 함께 점심 먹기로 한 후배도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을 향해 언제나, 늘 개방되어 있는 편이라 12시에 집 근처 “가봐야지”했던 새로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괜찮았다. 카레를 좋아하는데 카레 전문점이라는 것 그리고 사거리 2층에 위치해 있어 시야가 탁 트이는데, 맛도 좋음. 드디어 아지트가 생길 듯
식사를 마치고 후배는 남은 오후에 아직 강의가 남아 대학으로 출발했다.
나는 오후 1시 반 무렵부터 책상에 앉아 저녁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읽었다.
1989년에 수잔 벅 모스(Susan Buck-Morss)가 펴낸 이 책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2004년, 김정아 옮김, 펴낸 곳 문학동네)는 벤야민의 비극적 죽음으로 써지지 못한 벤야민 최대의 저작 <피사 젠베 르크>를 재구성해낸 것이다. 벤야민에게 <피사 젠베 르크>는 ’ 생존의 용기를 잃지 않을 유일한 이유‘였다고 말한다. 벤야민은 1940년 9월 26일 밤, 에스파냐 국경 지역 포르부에서 모르핀으로 자살한다. 그는 에스파냐 국경으로 향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 목숨보다 소중한‘<피사 젠베 르크> 원고를 지니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p 9 벤야민은 대중문화를 진지하게 연구한 철학자로서 대중문화의 잔해에서 철학적 진리의 계기를 찾았다.
p11 버림받고 잊힌 (역사 지식)은 잔존 문화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역사 지식이 이렇듯 감춰져 있는 것은 권력자들에게 그만큼 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버림받고 잊힌(일상)은 잔존 문화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역사 지식이 이렇듯 감춰져 있는 것은 권력자들에게 그만큼 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일상에 대한 나의 관념들을 정리해 나간다.
p12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산업문화가 낳은 일상적 사물들은 그런 문화유산만큼이나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이 책은 이러한 명제를 맹목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열린 마음을 요구할 뿐이다.
p17 벤야민의 의도는 “역사 철학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 구체적일 수 있는가”를 실험하는 것이었다. 코르셋, 총채, 빨간색과 초록색 머리빗, 옛날 사진,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 기념품, 오래전에 내버린 셔츠에 달려 있던 목단추는(...) 자체로 철학적 개념으로서 구체적, 역사적 기표의 성좌를 이루었다.
(...) 아케이드 프로젝트(벤야민은 <피사 젠베 르크>를 보통 이렇게 불렀다)는 원래 50쪽가량의 에세이로 구상되었다. (...) 벤야민은 공간적 차원과 시간적 차원에서 공히 프로젝트의 범위와 깊이를 확장, 심화시켰으며, 결국 에펠탑 꼭대기에서 지하묘지와 지하철의 하계까지 파리 전체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한 세기가 넘는 기간에 있었던 이 도시의 지극히 상세한 역사를 포함시켰다.
p28 사물은 말이 없다. 그러나 사물의 “이름”을 부르는 충실한 철학자는 사물의 표현적(벤야민에 따르면 언어적) 잠재력을 읽을 수 있으며 이러한 잠재력을 말이라는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여 사물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게 만든다
벤야민의 문장들 속에는 말줄임표(...)가 많다. 이는 규정하고 단정하는 다른 책, 저자들의 글들을 읽을 때 보다 훨씬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책을 읽는 지금의 내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문장 속 공간과 시간 속을 횡단하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받는다.
p126 오늘날 문명국이 철도 건설에 쏟는 열의와 성의는 몇 세기 전의 교회 건축에 비견될 수 있다(......) 실제로 종교(religion)라는 말은 “religare”(묶다)에서 온 것이다.(......) 철도는 흔히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종교의 정신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따로따로 떨어진 민족들을 하나로 결합하는 (......) 이토록 강력한 도구는 지금껏 존재한 적이 없다.
p183 자본주의 저널리즘은 글쓰기를 상품화한다.
즉 글쓰기를 수동적 독자에 의해 소비되는 제품으로 다룬다.
p190 19세기의 건축과 공학, 회화와 사진, 문학과 저널리즘의 이미지는 예표하는 요소와 구속하는 요소가 뒤얽힌 실타래다. 살아낸 순간의 어둠 속에서, 예술가나 기술자가 두 요소를 구분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P241 벤야민에 따르면 보들레르는 문필 기기 처해 있는 실제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가 만보객으로 시장에 갔던 것은 명목상은 시장을 구경하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일찌감치 손님을 찾으려는 것이었다. 실제로 보들레르는 만보 중에 시를 썼다. 책상 하나 마련하지 못할 만큼 궁핍한 시절도 있었다. 그는 도시의 거리를 정처 없이 배회하는 것을 생산적인 노동의 방법론으로 삼았다. <태양>에서
나는 혼자서 걸으며 환상적인 검술을 연마한다
각운 하나 찾기 위해 위험이 도사린 골목길을 누빈다
돌부리에 채듯 낱말에 발이 걸려 휘청한다
가끔은 옛날에 꿈꾸던 시행과 마주친다.
보들레르의 시에서는 파리라는 도시를 묘사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신에 파리는 시의 활동무대로서, 보들레르가 경험했던, 아니 감수하고 시달렸던 존재의 순간들을 이미지로 만드는데 필요한 배경이다.
P287.288 벤야민은 예술을 위한 예술에서 강조하는 취향과 유겐트 양식에서 말하는 선택적 단어를 비판하며, 이것이 새로운 소비주의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마지막 옮긴이의 말을 옮긴다.
p 581 벤야민이라는 상품
p582 철학자 벤야민은 현실주의자의 생존본능에도, 아방가르드의 미적 기만에도 소질이 없었다. 자신의 절실한 욕망과 뼈아픈 고통을 직시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욕망과 고통을 역사적 맥락에서 상대화하는 것, 이것이 그가 사는 방법이었다.
벤야민은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늘날의 시대정신 전체를 활시위처럼 당겨서 그로부터 나오는 과거의 지식을 현재의 심장에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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