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하는 옷이라면 그냥 다 좋다
옷을 살 때 먼저 디자인을 생각한다. 옷이 예뻐서 몸에 붙는 옷을 샀다가도 몇 번 입고 나서 옷을 옷장에 모셔둔다. 활동하기 편한 박시한 옷을 선호한다. 그러니 처음부터 활동이 편한 옷을 구입하는 것이 나을 것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디자인이 좋으면 그다음에는 색상과 질감을 살핀다. 요즘엔 회색이 끌린다. 차가운 회색보다는 따듯한 회색이 더 좋다.
그런데 요즘엔 옷에 달려있는 태그를 확인한다. 옷의 소재가 ‘리사이클(Recycled)’ 원단인가를 살핀다.
리사이클 폴리에스테르(Polyester) 원단으로 만든 재킷과 장갑, 니트를 구입했다. 리사이클 폴리에스테르 원단은 페트병과 같은 투명 플라스틱 용기를 섬유로 재활용하는 것으로 페트병을 분리수거 후, 깨끗이 씻어 잘게 부수면 눈송이처럼 작은 칩(chip) 형태가 된다. 여기에서 뽑아낸 폴리에스터 원사를 사용한다. 디자인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1장의 티셔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수병 500ml 기준 15개의 페트병이 재활용된다고 한다.
페트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 Ethylene Terephthalate, PET)의 약자다. 사실 페트(PET)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생수병이 먼저 떠오르지만 페트병보다 먼저 사용된 곳은 섬유였다.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원료로 사용되던 페트가 플라스틱 용기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20여 년이 훨씬 지나서이다. 듀폰에서 근무하던 나다니엘 와이어스(Nathaniel Wyeth) 연구원이 탄산음료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플라스틱 병을 찾던 중 투명하고 깨지지 않는 등의 여러 장점 덕분에 활용도가 높아진 것이다.
그러니 페트병의 페트를 재활용해 폴리에스테르(Polyester) 섬유를 만든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디자인보다도 색상보다도 지구에 좋은 옷,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옷을 옷을 살 때의 우선순위로 정해야겠다.
<뉴욕 매거진>의 부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David Wallace-Wells)는
그의 책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 우리는 행성을 선택할 수 없다'. '우리 중 누구도 지구 외에는 우리 집이라고 부를 수 없다'라고 말한다.
오늘 저녁 바라본 하늘에 미세먼지가 가득했다. 1개의 페트병이 자연 분해되는 시간은 500년이라고 한다. 쓰레기 재활용에 앞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가 직면한 쓰레기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 모두 직관과 지혜가 필요하다. 신념에서 이제는 행동으로... 내가 입는 옷이 곧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