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한마디에 생일은 다시 축제가 되었다.
생일이 기쁨이 아닌 날. 둘째의 생일이었다. 작고 예쁜 손에 16개의 선물이 들려 있었다. 어린이집 친구들이 건넨 하나하나의 선물은 둘째에겐 기쁨이었지만 첫째에겐 눈물의 이유가 되었다.
“너도 어렸을 땐 그렇게 많이 받았어.”
나는 첫째의 서운함을 예상하고 미리 말로 준비를 시켰지만 그 말 한마디로는 다 감당할 수 없었다. 16개의 선물이 양손 가득 들려있는 둘째의 모습을 보자 결국 첫째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둘째는 자기 생일임에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마음껏 기뻐하지 못한 생일. 기쁨과 미안함이 뒤섞인 저녁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울음을 그친 첫째가 다가와 말했다.
“이건 뭐야? 이건 어떻게 노는 거야?” 이제, 함께 놀 준비가 된 순간이었다.
둘째가 손에 든 선물 하나를 열어야 했고 평소처럼 나에게 말했다.
“엄마가 열어줘.”
내가 받아 들려던 그 순간, 잠시 둘째 아이의 눈동자가 움직이더니 아이의 입에서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이 말이 나왔다.
“아니, 오빠가 열어줘.”
그 짧은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멈춰 세웠다. 공기의 방향이 바뀌었다. 작지만 놀라운 배려였기 때문이다.
늘 동생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던 오빠. 반면 스스로 해보길 원하거나 엄마에게만 도움을 요청하는 동생. 그것 때문에 서로 싸우는 날이 대부분이었던 둘의 관계에서 자기 생일날, 자기 선물을 열 기회를 오빠에게 양보하는 둘째의 순간적인 판단을 보았다.
그 한마디는 단순한 부탁이 아니었다.
‘오빠가 열면 오빠가 좋아할 거야.’
‘오빠도 오늘 특별한 사람이야.’
‘나는 지금, 오빠를 생각하고 있어.’
어른도 쉽게 건네지 못할 위로를 아이의 입에서 들은 순간. 나는 숨을 들이마시듯, 그 장면을 가슴에 새겼다.
“그래~ 오빠가 열어줄게. 이리 줘봐.”
그 말은 선물보다 더 값졌다. 그 말은 첫째의 마음을 회복시키고 둘의 관계를 다시 이어주는 다리가 되었다.
아이들은 때때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마음을 지녔다. 우리가 던지는 말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꺼내는 말이 더 깊은 울림을 남기곤 한다.
오빠가 열어줘.
그 말 한마디에, 살얼음판 같던 생일은 다시 축제가 되었다.